훔친 신분증으로 계좌개설…허술한 본인확인이 문제

모 시중은행, 훔친 신분증 보여주니 통장에 공인인증서 발급까지

훔친 신분증과 신용카드로 1억여원을 대출받아 기로챈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주로 현금보다는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골라 훔친 범인은 확인 없이 계좌를 개설해주는 시중 은행의 개인정보 확인의 허점을 이용했다.

지난 2일 10일 오후 1시께 말끔한 옷차림으로 광주 동구의 모병원에 들어선 이모(46)씨는 병원 안을 어슬렁거리며 점심식사 시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의사 당직실에서 의사 A(28)씨의 운전면허증을 훔친 이씨는 곧바로 시중은행을 돌기 시작했다.

몇 차례 실패했으나 이씨는 의외로 손쉽게 피해 의사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다.

동의서 한 장 없었지만 모 시중은행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인터넷 공인인증서 발급을 신청한 이씨에게 속칭 대포통장을 만들어줬다.

의사 명의의 통장을 손에 쥔 이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신분증 한 장으로 피해자 명의의 대포폰까지 만들었다.


피해자 명의의 대포통장과 공인인증서, 휴대전화까지 손에 쥔 이씨는 TV에서 광고하는 대출업체에 전화를 걸어 신분확인 절차를 간단하게 통과하고 1천만원을 빌렸다.

같은 수법으로 3차례에 걸쳐 4천300여만원을 가로챘다.

훔친 신용카드에서 돈을 빼내는 것도 생각보다 쉬웠다.

신용카드사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난당한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물었다.

카드를 빨리 정지해야겠다고 생각한 피해자들은 본인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별다른 의심없이 알려줬다.

이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15차례에 걸쳐 4천여만원을 현금서비스 받아 가로챘다.

전국 병원을 돌아다니며 이씨는 93회에 걸쳐 의사와 간호사들의 신용카드와 신분증을 훔쳤고 명의를 도용해 1억600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한 시중은행의 허술한 본인 확인이 이씨의 범행을 도왔다고 말했다.

이씨가 시중은행을 돌며 통장 개설을 시도했지만 전국적인 지점을 둔 유독 한 은행만 통장을 만들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번호만 알면 쉽게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사의 허술한 개인확인 절차도 문제다.

이씨는 '보이스피싱'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내 무인인출기에서 현금을 손에 쥐었다.

경찰은 광주, 여수, 순천, 전주, 익산, 논산, 대전, 청주, 인천, 부산, 김해 등 전국 병원에서 범행했다고 털어놓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시중 은행의 과실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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