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에도 옥석 구분이 필요하다

[노컷사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위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음식점 주인부터 대기업 CEO까지 참석하는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로 확대해 끝장 토론 형식으로 규제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불필요한 규제가 그동안 각종 투자와 창업에 걸림돌이 되면서 경제 활력에 저해가 되고 또 국민 생활에 각종 불편을 끼쳐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는 환영할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에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라며 규제개혁이 없이는 창조경제도 없다며 강한 개혁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나쁜 규제들과 관행들이 국내 기업들의 창의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든 점을 강조했다.

끝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KBS등 공중파 방송 3사와 종편,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유례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규제를 암덩어리로 비유한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를 의심할 기업인이나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역대 정권이 규제개혁을 핵심 추진과제를 내세웠지만 번번히 용두사미가 됐지만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규제개혁이 되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규제개혁 추진과 관련한 기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단순히 규제의 양을 줄이려는 성과위주 규제개혁이 돼어서는 곤란하다. 규제를 몇 건 없앴다는 계량적인 평가보다 꼭 필요로 하는 규제개혁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규제가 암덩어리가 아니라 꼭 필요한 좋은 규제도 적지 않은 만큼 좋은 규제와 나쁜규제를 가려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투자활성화에 맞춰 앞뒤 가리지 않고 규제를 풀어가다보면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규제를 완화한다며 개인들의 해외투자 한도를 높이고, 종합금융회사와 리스회사 등의 해외투자를 거의 자유화하는 등 외환관련 규제를 무분별하게 푼 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의원입법이 마치 규제만 양산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의원입법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가 된다”며 의원입법이 규제양산의 한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3일에도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 입법으로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의원입법 과정에서는 정부 관련부처가 상임위에서 입장을 밝히고 정부가 반대하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또 의원입법의 상당수가 사실은 규제심사를 피하고 입법 편의성을 위해 각 부처가 의원들에게 ‘청탁’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마당에 국회가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는 헌법기관인 것처럼 비춰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국민이나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대부분의 규제는 각종 서류제출 의무 등 복잡한 행정절차때문이며 손톱 밑 가시는 정부에 있는 것인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규제를 양산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것은 곤란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