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남기고…'反동성애' 펠프스목사 소천

미국에서 극단적인 반(反)동성애 운동을 전개한 프레드 펠프스(84) 웨스트버러침례교회(WBC) 목사가 '표현의 자유' 논란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떴다.

그의 대변인 격인 딸인 마기 펠프스는 20일(현지시간) 아버지가 전날 밤 11시께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목사의 죽음은 AP통신이 긴급 기사로 전 세계에 타전하고 CNN과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주요 매체가 앞다퉈 부고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큰 뉴스가 됐다.

펠프스는 미국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낳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동성애가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보고 동성애자를 비난하는데 전념했고, 그 과정에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동성애자나 동성애를 옹호한 망자의 장례식에 신도와 추종자들을 이끌고 나타나 '천벌을 받은 것', '지옥불에 떨어져라', '주여, 그를 죽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는 등의 저주 글을 적은 피켓을 흔들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1998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당한 와이오밍대 남학생 매튜 셰퍼드와 2006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매튜 스나이더 일병이 대표적인 피해자였다.

피해자가 늘자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장례식 주변에 시위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법안까지 제정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표현과 언론, 출판의 자유를 최고의 헌법 가치로 여기는 미국 법원도 펠프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스나이더 일병 유족이 펠프스와 교회를 상대로 장례식 시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2011년 "종교단체의 표현의 자유는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펠프스는 표현의 자유를 무기 삼아 승승장구했으나 말년은 순탄치 못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장로로 세운 자식들에 의해 파문당해 교회에서 축출됐고,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기쁘다', '주께 감사드린다'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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