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 순방 앞두고 큰 짐 덜었다" 반색

오바마 초청 형식 3자회동…북핵·우크라사태가 의제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이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외교적으로 '큰 짐'을 덜 가능성이 생긴 때문이다.

백악관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직접적 반응을 자제했다. 아직 회담 의제와 형식에 관해 양국간의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한·일 양국의 좋은 관계가 미국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 of the U.S.)"이라고 표현하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으로서는 비록 3자 정상회담 형태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주선으로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 달 한·일 순방을 앞두고 일종의 '사전정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한·일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얘기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19일 한 세미나에서 "3국 정상회담이 열리면 오바마 대통령의 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다"면서 "만일 3국 정상회담 없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에 나선다면 관심의 초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 정상과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한국과 일본 중 누구와 더 가까운지에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작년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미국으로서는 외교적으로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던게 사실이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월 한 세미나에서 "일본이 미국을 아프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안보적으로 견제하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착근시키려면 한·미·일 3국간 협력이 매우 긴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두 동맹인 한·일 양국이 뜻하지 않은 과거사 문제로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빚으면서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미국은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화해를 하도록 독려했으나 사안의 속성상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워싱턴을 무대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한·일간의 외교적 대결이 전개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 운신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4월 한·일 순방 카드를 내걸고 지난달부터 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해왔다. 일본 아베 정권을 향해서는 무라야마(村山) 총리와 고노(河野) 전 관방장관의 담화 내용을 계승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고, 원칙론을 고수해온 한국을 향해서는 일본의 고위급 대화 제안에 일정정도 호응해줄 것을 종용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음 달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검토되는 것은 미국의 적극적 개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둬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아베 정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상대적으로 압박의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가 지난 14일 아베 총리의 '기존담화 계승'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무라야마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있어 중요한 장(章)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라야마와 고노담화를 특별히 거론함으로써 기존 역사를 수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행보에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의 성격상 '상황 관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기존담화 계승' 발언 이후 후속조치의 내용과 수위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의 이견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어서 외교적 대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백악관이 이날 논평에서 "미국은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해 원만한 방법으로 입장차를 해소하길 기대한다"며 '대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오는 24일과 25일 이틀 사이에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장 내의 특정한 장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 형태로 3국 정상이 회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다자회의 계기에 열리는 양자 또는 3자 정상회동은 현장에서 상황을 봐가며 시간과 형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니아 사태와 관련해 G7(주요 7개국)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이 중요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할 예정이어서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고 말했다.

의제는 핵안보와 비확산에서 시작해 북한 핵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국제적 현안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통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자들은 3국 정상의 자리배치와 사진촬영시의 정상들 위치 등 세부적 의전사항에 대해서도 꼼꼼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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