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잔치에 유럽행' 신영철 감독, 착잡한 심경

'실탄이 이만큼만 더 있으면 어떻게 해볼 텐데'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3월 말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 시즌 실패했던 용병 농사의 성공을 위해서다.(자료사진=한국전력)
'봄 배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된 'NH농협 2013-2014 V리그.' 20일 여자부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플레이오프(PO)로 열전의 막을 올렸다. 21일에는 남자부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PO 1차전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날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해외로 떠났다. 올 시즌 정규리그 최하위로 포스트시즌이 남의 얘기가 된 상황이지만 남자부 패권이 걸린 중요한 일전임을 감안하면 꽤 의외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봄 잔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외국인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유럽 무대를 보러 출국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터키 등을 돌며 각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선수들을 점검한 뒤 이달 말 귀국하는 일정이다.

사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팀 전력의 절반인 외국인 선수 때문에 큰 낭패를 본 팀이다. 국가대표 레프트 전광인(23, 194cm)의 가세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전력은 신생팀 러시앤캐시에도 밀리며 7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용병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당초 시즌 전 영입한 쿠바 국가대표 출신 산체스가 훈련을 게을리하자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2010-2011시즌 뛰었던 밀로스를 데려왔다. 그러나 밀로스도 몸이 덜 만들어져 부진과 부상이 거듭됐고, 팀은 한겨울 바다 입수 등 충격 요법에도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에 한국전력은 밀로스를 내보내고 야심차게 현 브라질 대표팀 주전 라이트 비소토를 데려오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비소토 역시 무릎과 허리 이상으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전광인과 서재덕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도 한국전력이 씁쓸하게 시즌을 마친 이유다.

'나 계속 뛰고 싶은데...' 올 시즌 후반 한국전력에 합류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비소토는 내년 시즌에도 잔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무릎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한국전력)
이에 신 감독은 두 번 실패는 없다며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 나선 다른 팀들보다는 아무래도 발빠른 일정이다.

다만 올 시즌도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바로 한국전력의 풍족할 수만은 없는 지원 때문이다. 전날 취재진과 만난 신 감독은 "이번만큼은 잘 보고 오겠다"면서도 "떠나긴 떠나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돈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자금 운용이 다소 제한된 공기업인 데다 최근 정부의 부채 줄이기 압박을 받고 있다. 원가보다 낮게 전기를 공급해 부채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15조 가량의 빚을 해결하라는 서슬 푸른 엄명이 떨어진 상황이다. 본사 부지 매각 등의 자구책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배구단도 예산 집행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신 감독은 이번 출장을 혼자서 갈 뻔했다. 예산 문제로 통역과 일정 조정 등을 담당할 수행 직원의 동행에 본사가 난색을 드러낸 까닭이다. 구단 관계자는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겨우 2명 출장으로 결재가 났지만 신 감독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한국전력은 다른 구단처럼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 비소토가 잔류 희망을 밝혔지만 원점에서 용병 선발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한국전력이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뽑아 내년 시즌 봄 잔치에는 참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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