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번호판도 읽는' 위성, 말레이기 수색엔 '쩔쩔'

지상의 자동차 번호판까지 읽는다던 '하늘의 눈' 인공위성은 왜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못 되는 것일까?

최근 한 민간 위성이 실종기의 일부로 보이는 물체 2개가 호주 서쪽 인도양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을 포착했지만 실제 이 물체가 사고기 잔해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저인망식 촬영은 어려워

워싱턴포스트(WP)는 지구 위를 빠르게 도는 위성이 지상을 '폭넓으면서도 자세히' 카메라로 훑지는 못한다고 21일 분석했다.

촬영 범위를 넓히면 사진의 화질이 떨어지고 화질을 높이면 촬영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위성 전문가는 이를 "시속 110㎞로 달리는 차에서 쌍안경을 들고 동네의 모든 편지함을 다 봐야 하는 상황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금처럼 비행기가 인도양 망망대해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제약은 큰 걸림돌이 된다.

영국의 상업 위성사진 업체 'DMC 인터내셔널 이미징'의 아디나 길레스피 매니저는 "위성사진을 찍을 때는 통상 초점을 맞출 지역이 어디인지 알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매우 어려운 사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설명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과 이란 등을 감시할 때 쓰는 '스파이 위성'은 민간 위성보다 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밀 등 제약으로 활용이 어렵다.

미국 국방부는 정부 위성으로 실종기를 찾아달라는 요청은 지금껏 없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위성사진 찍혀도 분석 어려워

설령 바다에서 사고기 잔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위성에 찍혀도 난관이 많다. 바다엔 선박 부품과 나뭇가지 등 각종 쓰레기가 떠다닌다. 포착된 물체가 항공기 잔해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려면 전문가를 데려와 복잡한 분석을 벌여야 한다.

실제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20일 공개한 잔해 추정 사진은 나흘 전인 16일 찍혔다. 이처럼 수일 뒤에야 사진이 발표된 것은 그만큼 분석 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실제 촬영을 한 미국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는 설명했다.

수색을 이끄는 호주해상안전청(AMSA)은 이 사진에 대해 '신빙성이 있지만 사고기 잔해인지는 실제 물체를 인양해 확인을 해야 한다'며 속단을 피하고 있다.

애벗 총리는 이 사진을 경솔하게 공개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미스터리를 풀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실종기 탑승객 가족에 대한 우리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최근 디지털글로브는 자사가 촬영한 인도양 위성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해 네티즌이 실종기 추정 잔해를 직접 찾게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업체는 작년 11월 필리핀 하이옌 태풍 때도 자사 위성사진을 네티즌들에 공개해 피해 가옥 및 빌딩을 찾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 위성 실시간 추적은 왜 안되나

여객기의 위치와 고도 등을 위성이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비용 등 문제로 도입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비행기가 위성에 항공정보를 의무적으로 전송하게 하면 항공업계의 비용 부담이 큰데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항공기가 고용량 데이터를 쏟아내면서 위성 주파수 대역만 낭비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공기 안전과 관련된 필수 정보만 골라 위성에 전송하면 큰 부담없이 비행기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 블로그 '익스트림테크'는 "여객기 실종 같은 참사가 드물다는 것도 추적 기술 도입을 막는 걸림돌"이라면서 "2009년 에어프랑스 항공기 실종에 이어 이번 사건이 터진 만큼 항공업계도 이 기술을 심각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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