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 과장 술 취해 잠든 줄 알았다"

권 과장 자살 시도 최초 신고자 등 목격자들이 전한 당시 상황

지난 22일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권 모 과장이 발견된 경기도 하남의 한 건물 주차장.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 모 과장이 자살을 시도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인 권 과장은 국정원의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힐 열쇠를 준 인물로 꼽혀왔다.


권 과장은 검찰에 3번째로 소환된 지난 21일 오후 3시쯤 조사를 받다가 돌연 검찰 청사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2일 권 과장은 경기도 하남시 하남대로(옛 신장동)의 한 건물 앞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

처음 권 과장을 발견한 사람은 이 건물에 입주한 한 학원 원장 A(여) 씨.

이날 오후 1시 20분쯤 인근에 볼일을 보러 나가던 A 씨 눈에 자신의 차 뒤에 주차된 은색 싼타페 차량이 들어왔다.

건물 현관 앞 주차공간은 차량 2대를 한 줄로 나란히 세우면 꽉 찰 정도로 좁아서 입구를 막고 있는 권 과장 차를 움직이지 않으면 A 씨 차를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어두운 색의 잠바를 입은 보통 체격의 중년 남성이 시트를 한껏 뒤로 젖힌 채 누워 있어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권 과장이 미동조차 하지 않자 A 씨는 오후 1시 25분쯤 소방서에 "내 차를 막고 있는 승용차 안 운전자가 의식이 없다"고 신고했다.

약 10분 후 현장에 도착한 6명의 소방대원이 곧바로 차 유리를 깨고 문을 열어 권 과장을 구조한 뒤에야 조수석 바닥에 놓여 있던 다 탄 번개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A 씨는 "21일 밤 12시쯤 주차할 때만 해도 문제의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건물 세입자 B 씨는 "22일 오전 8시쯤 출근했을 때는 권 과장 차가 세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권 과장은 22일 새벽 시간대에 이곳으로 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권 과장은 상태가 다소 호전돼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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