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G8 체제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며 G8 회의가 안 열려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고 AFP통신과 러시아의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파트너 국가들이 G8 체제가 수명이 다 됐다고 판단했다면 그렇게 보도록 하자. G8은 비공식 클럽(모임)이기 때문에 누가 회원카드를 발급하는 것도 아니며 애초 회원을 쫓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러시아를 G8에서 축출할 수 있다는 미국 등의 경고를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G8은 이란 핵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포럼"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6자 회담(이란 핵 문제를 다루는 P5+1그룹) 등 토론을 할 수 있는 다른 체제도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회원국 정상들은 24일 헤이그에서 개막한 제3차 핵 안보정상회의 때 긴급히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을 바꿀 때까지 G8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헤이그 선언을 발표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우크라이나의 안드레이 데쉬차 외무장관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려면 우크라이나 현 정권이 헌법을 개정해 국내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안을 재차 강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과 데쉬차 장관의 만남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이뤄진 최고위 직급의 회담이다.
러시아는 이번달 러시아계가 다수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현지 주민 투표 등 합법적 절차를 따랐다'면서 합병했고 친러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해서도 군사 점령과 합병을 추진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현 정권은 연방국가제 도입 등으로 지역 자치를 확대하라는 러시아의 제안을 '친러 지역을 부추겨 추가 침공의 빌미를 마련하려는 속셈'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데쉬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 전 "(러시아의) 군사침공 가능성이 매우 크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집결해 우려가 많다"고 취재진에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도 만나 우크라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