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소수민족 반대에도 인종차별금지법 개정 강행

호주 정부가 야당과 소수민족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금지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25일 호주 국영 ABC방송에 따르면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금지법 제18조 C항 내용 중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조항에서는 인종주의적 이유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위협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인종주의적 욕설을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디스 장관은 법 개정을 통해 이 조항에서 언급한 4가지 조건 중 3가지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브랜디스 장관은 "정부의 견해로는 단지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 행위를 못하게 막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며 18조 C항의 4가지 조건 중 '위협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디스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현행 인종차별금지법 18조 C항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자유당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디스 장관은 전날 상원 발표에서도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모욕적이거나, 불쾌하거나, 편협하다고 느낄 만한 말들을 할 권리가 있으며, 편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논란성 발언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수호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브랜디스 장관은 18조 C항의 3가지 표현을 삭제하더라도 여전히 '위협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 법이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한 강력한 보호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종이나 피부색, 국적, 혈통 등을 근거로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랜디스 장관은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인종적 비방 등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다"며 법 개정이 결코 정부가 인종차별을 용인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호주 내 중국인, 유대인, 한인, 베트남인 등 소수민족 단체와 야당 등은 현행 인종차별금지법이 자유당 정부의 개정안대로 대폭 완화될 경우 인종차별적 행동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호주 자유당은 2011년 보수파 언론인인 앤드루 볼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18조 C항 위반으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자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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