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등록법 다루는 주무 장관이 법위반, 심각한 결격 사유
- 주민등록법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형
- 선거 때 특정 후보 지지 위해 조직적 위장전입하는 건 민심을 왜곡
- 10년 동안 1만여 명의 국민들이 위장전입으로 처벌을 받아
- 미국 뉴욕주에서는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학부모를 3급중절도죄 및 1급 문서위조죄를 적용해 기소
-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위장 전입으로 낙마
- 박근혜 정부에선 위장 전입했지만 정홍원 총리, 유진룡 장관 임명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25일 (화)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승훈 (오마이 뉴스 기자)
◆ 이승훈>여야 이견이 커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배우자와 자녀가 교육문제를 이유로 2번이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했고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다섯 번이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 강 후보자의 부인은 물려받은 농지를 소유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처럼 거짓 서류를 작성해 농지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새누리당은 강 후보자가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야당은 주민등록법을 다루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위장전입은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청문회법상 국회가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하는 시점은 오는 31일까지인데요, 야당에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 청문보고서 채택은 어려워 보입니다.
◇ 정관용> 위장전입,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문제인데.
◆ 이승훈>이번에는 위장전입을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주민등록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여당도 입장이 난처한 게 사실입니다. 어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마저 이 문제를 따져 묻기도 했는데요. 강 후보자는 또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 “개인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녀의 학업 문제라면 위장전입을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위장전입을 하면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법행위를 불가피했다고 말한 안전행정부 장관이 앞으로 어떻게 위장전입을 단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 정관용> 위장전입, 어떤 처벌을 받나요?
◆ 이승훈>과거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도 임명장을 받는 사례가 많지만 위장전입은 가볍게 될 범죄가 아닙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이는 폭행, 사기 등 웬만한 범죄보다 형량이 높습니다. 법에서 강한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위장전입의 사회적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부동산 취득 목적의 위장전입은 타인의 부동산 취득 기회를 박탈해 경제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이고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도 타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빼앗는 사기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선거 때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위장전입하는 건 민심을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지난 10년 동안 1만여 명의 국민들이 위장전입으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외국에서도 위장전입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미국 뉴욕주에서는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학부모를 3급 중절도죄 및 1급 문서위조죄를 적용해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위장전입으로 과거 낙마한 사례도 있지만 때로는 임명장을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 이승훈>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공세는 매서웠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및 자녀 취학을 위한 위장전입으로 국회 인준안이 부결됐습니다. 참여정부에서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고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으로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의 공세는 크게 무뎌졌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은 대다수 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논란에도 면죄부를 얻었습니다. 위장전입에 부동산투기까지 겹친 박은경 환경부 장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게 사실상 전부인데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정홍원 국무총리, 유진룡 문화부 장관 등이 위장전입에도 불구하고 공직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동일한 사안인데도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이승훈>행정부의 고위 공직자 뿐만 아니라 범법자를 처벌하는 검찰총장, 대법관 등의 위장전입 사실이 불거져도 임명장을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의 필수 코스가 됐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정도는 인사청문회에서 사과만 하고 넘기면 된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하다가도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위장전입은 사회 전체 보다는 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이기심에서 나오는 범법행위라는 점에서 고위공직에 오르려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정관용> 강병규 후보자를 내정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 이승훈>청와대가 사전 검증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200여개의 공직자 검증 항목 중 위장전입이 필수 검증 항목으로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강 후보자 내정을 강행한 것은 위장전입 쯤은 별 흠이 되지 않는다는 도덕불감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위장전입을 저지른 인사들이 대부분 사과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은 사례도 참고했을 텐데요. 하지만 오랫동안 정부 행정 분야에서 일해 온 강 후보자가 누구보다 위장전입이 불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안전행정부가 당장 6.4 지방선거에서 특정지역의 위장전입 등 불법행위가 없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부처라는 점에서 이번 만큼은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요. 강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정하거나 청와대가 이제라도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사자키 프로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