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축계 노벨상'에 日 '종이 건축가' 반 시게루

프리츠커상 수상…재난현장서 임시건물 지어 피해자 도와

재난과 폭력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해 '종이 튜브' 등으로 임시 건물을 만들어 온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坂 茂·56)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24일(현지시간) 반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재단은 성명에서 "반은 20년간 전 세계의 자연재해 및 인재(人災) 현장을 돌며 단순하면서도 위엄있는 저비용의 피난처와 공공건물을 지어 피해자들을 도와 왔다"고 소개했다.

재단 설립자 톰 프리츠커는 "재해 구호 작업을 통해 그가 보인 인도주의적 헌신은 모두에게 모범이 된다"며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반은 재난 현장에서 구하기 쉽고 해체·조립·이동이 편한 재생 가능 종이 튜브를 기둥과 벽 등의 자재로 사용해 임시 건물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나무와 종이섬유·플라스틱 합성물 등 '비전통적'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종이 튜브를 활용한 난민 보호소를 제안해 유엔난민기구(UNHCR)의 자문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일본과 터키, 인도, 스리랑카, 중국, 아이티, 이탈리아, 최근 필리핀까지 각종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도왔다.

2011년 강진 피해를 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세운 '종이 성당'과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만든 임시주택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프랑스 퐁피두 센터의 분관인 '퐁피두 메츠 센터'도 설계했다.

이 상은 하얏트호텔 체인을 소유한 프리츠커 가문의 제이 프리츠커가 제정했으며, 일본 건축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7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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