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납품업체 5곳 중 4곳은 묵묵부답

과도한 판촉비 부담이나 경영정보 요구 등 불공정거래 여전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마트와 백화점, TV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들이 서면 약정에는 없는 판촉비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에는 매출이나 원가 정보 등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면조사에 대한 응답률은 20%에도 못미쳐, '갑(甲)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대형서점, 전자전문점 등 53개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10,000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납품업체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불공정거래 유형은 '서면미약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유통업체들이 계약서를 아예 주지 않거나, 계약서를 주더라도 서면 상에는 없는 판매장려금이나 판촉사원 파견, 판촉비용 부담 등을 공공연하게 지운다는 것이다.

고객변심이나 과다재고, 유통기한 임박 등으로 인한 부당 반품도 여전했다. 응답납품업체의 1.8%가 부당반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부 대형서점에서는 서적을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많이 남는다는 이유로 서적을 다시 반품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때와 달리 지난해들어 두드러진 불공정거래 유형은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였다. 서면조사에 응한 납품업체의 1.76%가 타 유통업체 매출관련 정보나 상품원가 정보, 타 유통업체 공급조건 등의 정보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대형유통업체가 주도하는 판매촉진행사에 참가하면서 전체 판촉비용의 50%를 초과해 분담하는 등 판촉행사 비용 떠넘기기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법위반 행위를 적어도 한 번이상 경험해봤다는 납품업체의 비율은 18.46%였고, 업태별로는 전문소매점(23.8%)이 가장 많았고, 이어 백화점(23.4%)과 대형마트(18.5%) 등의 순이었다.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물류비나 판촉행사비 등 추가비용부담이 많아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인터넷 쇼핑몰은 근거도 없이 경쟁 쇼핑몰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가격을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TV홈쇼핑의 경우는 홈쇼핑 업체가 수량을 임의로 정해 선제작을 요구하고는 매출이 부진할 경우 나머지 수량에 대한 방송을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고 납품업체들이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유통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법위반 혐의가 포착된 대형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10,0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했으나 응답한 업체는 1,761개에 불과해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마다 응답을 독려하고 있지만,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응답률이 저조한 편"이라며, "납품업체들이 대형유통업체들의 보복 등을 두려워해 응답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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