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30년만에 기사·귀부인 작위 부활 '논란'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30여년 전 호주 사회에서 사라졌던 기사(knight)와 귀부인(dame) 작위를 부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애벗 총리는 이번 주 퇴임하는 쿠엔틴 브라이스 총독에게 귀부인 작위를, 신임 총독으로 내정된 피터 코스그로브 전 합참의장에게 기사 작위를 각각 수여하면서 30여년 만에 이 제도를 부활시켰다.


기사와 귀부인 작위는 1983년 집권했던 봅 호크 노동당 정부가 현대 호주 사회에서 불필요하다며 폐지했던 제도다.

특히 애벗 총리는 기사와 귀부인 작위를 부활시키면서 각료들과 별다른 상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벗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내가 내린 것"이라며 "따로 각료들과 상의하진 않았으며 몇몇 선임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한 뒤 내가 직접 여왕에게 건의해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주 사회에 탁월한 기여를 한 호주인들 중 기사와 귀부인 작위가 수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벗 총리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 보이스 자유당 상원의원은 "총리가 구시대적인 왕정시대 서훈 제도를 부활시킨 것에 대해 실망했다"며 "이런 종류의 작위는 21세기 호주에서는 불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노동당의 타냐 플리버세크 부대표는 "인종차별금지법 개정과 관련한 브랜디스 법무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임한 재무부 부장관 등 잇단 악재를 물타기하려는 꼼수"라고 평가절하했다.

과거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호주인들'이란 시민단체의 대표로 활동하며 1999년 호주를 공화제로 바꾸기 위한 국민투표 당시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던 애벗 총리는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강경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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