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천안함 4주기, 왜 합리적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나?"

의문 제기하면 '종북' 낙인, 청문회나 선거에서 불이익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천안함 피격사건 4주기인 2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천안함 46위 용사 4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어제(26일)가 천안함이 침몰된 지 4주기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서 추모제가 열려 희생된 장병들의 넋을 기렸다. 희생 장병 모교에서도 별도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그렇지만 해프닝도 있었다. 통합진보당이 처음으로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유족 측의 반발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유족들은 통합진보당의 당론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오병윤 원내대표는 "정치권을 넘어서 학계나 과학기술계에서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는 해명이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전달했지만 유족들이 입장을 허락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천안함이 침몰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천안함 폭침'이라고 하지 않으면 '종북'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어느새 '천안함'은 하나의 금기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천안함 4주기, 왜 합리적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4주기를 맞아 '리멤버(Remember) 3.26 천안함 46용사' 추모메시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결국 통합진보당은 천안함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했나?

= 그렇다.

통합진보당이 처음으로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유족 측의 반발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식' 현장을 찾았다. 그렇지만 행사장 입구에 있던 일부 유족들이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당론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추모식에 참석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당의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이 어떤 결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 "다만, 정치권을 넘어서 학계나 과학기술계에서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는 해명이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오 원내대표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고, 오 원내대표는 "유족이 원치 않으면 돌아가겠다"며 행사장을 떠났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의 추모식 참석 불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돼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분명히 정당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천안함 침몰원인과 관련해 정부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추모행사 참석을 막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

▶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천안함 프로젝트'도 비슷한 사례 아닌가?

= 그렇다. 지난해 9월에 개봉한 영화 '천안함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해군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또 다른 오해를 낳아 정부발표를 못 믿는 이들이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결론은 이미 공인된 내용으로, 객관적으로 조사 공인된 내용이고 과학적 객관적으로 조사 검증한 내용이자, 국제적으로 사실상 공인된 내용"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도외시하고 다큐 영화라는 통해 원인을 또다시 좌초 충돌로 주장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천안함 프로젝트' 트위터 캡처)
그렇지만 재판부는 "영화의 제작, 상영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며 "영화는 합동조사단의 보고서와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표현한 것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신청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해군 장교 및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등 5명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지난해 9월 5일 개봉을 했지만 배급사인 메가박스측은 하루만 상영하고 극장에서 내렸다.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는 예술영화관이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밖에 없었다. 메가박스 측에서는 일부 보수단체의 협박 때문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의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천안함 프로젝트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수 없었다.

▶ 그렇다면 천안함 침몰원인과 관련해 어떤 의문이 남아있나?

=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의문은 파고들면 들수록 증폭된다. 의문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문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정부 합조단 보고서는 "천안함은 북한의 잠수함이 쏜 CHT-02D라는 어뢰에 의하여 침몰되었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결론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미국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는 지난해에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어뢰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은 0.000001%라고 밝혔는데 올해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안 박사는 "4년 전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이 발사한 어뢰로 인해 침몰했을 가능성은 0.00000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0%입니다. 더구나 합조단 보고서는 천안함이 어디서, 언제, 몇 시에 침몰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주 번복하는 등 분명하지 않습니다. 합조단이 주장하듯이 어뢰가 직접 타격도 아니라 천안함 아래에서 폭발해 이른바 '버블 제트' 효과로 적의 선박을 침몰 시킨 사례는 과거 실전 해전사에 유례가 전혀 없습니다. 천안함을 포함한다 해도 1945년 이후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가 전함을 직접 침몰 시킨 사례는 3건 이외에 거의 전무한 것입니다. 그만큼 확률이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자신은 과학자이자 대잠수함 전문가일 뿐"이라면서 "북한이 어뢰를 발사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즉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천안함이 (누가 쏘았던) 합조단 보고서가 밝힌 어뢰 발사로 인한 폭침이라는 결론이 과학적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침몰이 아니라는 얘기냐?

= 그런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안수명 박사 뿐 아니라 '1번'이라고 쓰인 북한의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격침됐다는 군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안 박사는 특히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미국 대표단을 이끈 토머스 에클스 제독이 미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어뢰가 유력(most likely a torpedo)". "가능성으로 그러나 매우 낮지만, 계류기뢰(Possibly, but very unlikely, a moored mine)"라고 밝히고 있다면서 "에클스는 자신이 서명한 합조단 보고서와는 달리 여기선 기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한겨레신문 인터뷰)

북한도 2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천안함 관련 비망록에서 "'1번'이라는 표기는 자신들의 표기방법이 아니고, 어뢰에 사용된 알루미늄 합금은 북한이 어뢰제작에 사용하는 강철합금과는 다르다"라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의문은 정부의 발표대로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면 이는 분명히 경계에 실패한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맥아더 장군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경계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2012년 10월2일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으로 귀순했는데, 해당 부대는 귀순 병사가 소초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 철책이 뚫린 사실을 파악하지 몰라 일명 '노크 귀순'사건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중장 1명, 소장 2명, 준장 2명 등 장성 5명과 영관장교 9명(대령 5명, 중령·소령 각 2명) 등 총 14명을 문책하기로 했고 실제 징계가 이뤄졌다. 경계에 실패하면 당연히 이렇게 징계를 받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도 감사원이 직무감사를 벌여 장성급 13명을 포함해 총 25명의 장교에게 징계를 하라고 통보했지만 지휘라인에 있던 장성급들은 가벼운 징계를 받거나 징계유예처분을 받고 대부분 승진했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징계유예처분을 받았다.

좌초로 침몰했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건 관련자들이 징계대신에 승진되고 전함의 1차적 책임자인 함장이 징계유예처분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서 조사위원을 했던 <서프라이즈> 신상철 전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경계근무 실패의 1차적 책임자인 천안함 함장을 징계하려고 하니 함장은 조용히 변호사를 선임하자 국방부는 없던 일로 하고 덮어버렸고, 2함대 사령관을 징계하려고 하니 행정소송을 제기하니까 또 국방부는 슬그머니 징계를 거뒀다"면서 "황당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 그 분들은 천안함 조사결과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자료사진)
▶ 세 번째 의문은 뭐냐?

= 북한 잠수정의 능력이 그렇게 발달해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사고가 발생한 2010년 3월 26일에는 한미 양국이 키 리졸브 연습의 일환으로 대잠수함 훈련 중이었다. 이지스함 3척과 수십 척의 함대가 동원돼 합동훈련을 벌였는데 북한의 잠수정 한 척이 NLL을 넘어와서 경계근무 중이던 초계함을 어뢰1발로 격침시키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걸 믿기가 어렵다. 북한이 해군력이 미국에 한참 뒤진다는 건 아주 기본적인 상식인데 평시도 아니고 합동 훈련 중에 그랬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합조단은 북한 잠수함이 어느 경로로 침투해 와서 어느 경로로 빠져나갔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연어급 잠수정이 침투했을 거라는 게 합조단의 결론이지만 연어급 잠수함의 경우 모선의 지원 없이는 장거리를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네 번째,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제3국의 해군이 훈련에 참가했고 이 제3국의 잠수함이 천안함과 충돌했다는 의문이다.

신상철씨가 쓴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는 책에 따르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둘이다. "먼저, 천안함은 수심 얕은 해역으로 들어갔다가 좌초했다. 그리고 역추진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것은 함정 바닥의 무수한 긁힌 자국과 감긴 그물, 역회전 때 해저와의 충돌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스크루 날개의 역방향 휨 등이 말없이 증언한다. 그리고 그 직후 거대한 수중물체가 천안함을 들이받았다. 이것 역시 화약 폭발이 아니라 몸체가 둥근 거대물체와의 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임이 분명한 천안함 파손 부위 모양새, 당시 폭발이 없었다는 증언과 증거 등 수많은 현장 자료들이 얘기해 주고 있다. 그 수중물체는 제3국의 잠수함이다. 충돌 뒤 잠수함도 침몰했다. 다시 말하면, 천안함 침몰은 북한군 어뢰에 의한 폭침이 아니라 좌초 후 충돌로 인한 '해난사고'라는 것" 이것이 신상철씨의 주장이다.

고 한주호 준위의 사망원인이나 사망 장소도 의문이다. 천안함이 아닌 다른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것이라는 의문이 남아있다. 제3의 부표아래 가라앉아 있던 물체가 무엇이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 다른 의문도 있나?

= 천안함 침몰원인을 둘러싼 의문은 많다. 앞에서 언급한 근본적인 의문 외에도 잠수함은 두 동강이 났는데 어뢰는 멀쩡하다는 점, 어뢰의 폭발력, '1번'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와 가리비, 최초 보고가 좌초였다는 것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런 의문들 보다 더 큰 의문은 왜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게 논란이 됐다. 결국 국가관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후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질문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선거 후보자 토론에서 '종북'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로 아주 잘 활용되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종북', '좌빨'이 되지 않으려면 '천안함 폭침'이고 '북한의 소행'이라고 답변해야 한다.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무시무시한 '종북'의 딱지가 붙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던 것처럼 본인의 의중에는 의문이 있더라도 표현은 '천안함 폭침'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씨는 천안함 폭침과 관련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군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 아직까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0년 9월 첫 재판이 열렸는데 80여명의 증인이 신청됐고 그동안 21차례의 공판에서 50여명이 증언석에 섰다.

KBS < 추적 60분 >도 지난 2010년 11월 '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라는 제목의 천안함 의혹을 방송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경고')를 받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는데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그 자체로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아일보가 천안함 4주기를 앞두고 초·중·고생 184명을 대상으로 천안함 관련 조사를 했는데 천안함 사건을 안다고 한 청소년 169명 중 69.8%가 정부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는 점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에 대한 영화인 기자회견. (사진=이명진 기자)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지만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발표를 조사대상 청소년 10 중 7명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것은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사태와 관련한 성명서에서 "사실과 가치, 사실판단과 해석을 구별하지 못하며 또한 보수와 극우, 진보와 종북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한국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사건의 본질은 이 다큐멘터리영화가 취하는 사상과 내용, 관점에 있지 않다"면서 "국민 누구도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의심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으며, 상영 중인 영화는 정치적인 이유로 상영이 중단될 수 없다. 일제 치하로 되돌아간다면 모를까"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다시 새겨볼 대목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