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떠들썩 '어벤져스2' 첫 촬영지 직접 가보니

30일 첫 한국 촬영 진행되는 세빛둥둥섬 일대…"협조 요청 못 받아"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을 3일 앞둔 27일 서울 반포동에 있는 세빛둥둥섬 뒤로 길게 뻗은 반포대교가 보인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을 3일 앞둔 27일 정오께, 첫 촬영이 이뤄지는 서울 반포동 세빛둥둥섬 일대는 반포대교 위를 분주하게 오가는 차량과 다리 아래 공원의 한가한 산책객이 공존하는 평소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관계 당국,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현지 시민들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서 반포대교 방향으로 연결되는 출구에 있는 한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은 "언론을 통해 30일에 어벤져스2 촬영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졌다든지 하는 특별한 변화를 실감하지는 못한다"며 "촬영 당일 특별한 가게 운영 지침 같은 것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지하철 출구를 벗어나 15분가량 걸으니 왕복 6차선의 반포대교 진입로가 눈에 들어온다.

초입의 한 상가 관리사무소를 찾아 분위기를 물었더니 "이곳에서 영화 촬영이 있는지도 몰랐다. 시나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 같은 걸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인도를 따라 다리에 오르니 탁 트인 한강과 강변 산책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촬영지로 선택되는 데는 시원한 전경도 일조했을 것이다.
 
유미향 서울영상위원회 차장은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각기 형태가 다른 서울의 대교를 여러 곳 보여 줬는데, 그 가운데 마포대교와 청담대교, 세빛둥둥섬이 선택된 것"이라며 "그들이 이 두 곳을 촬영지로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뒀던 이미지에 부합했던 듯하다"고 전했다.
 
어벤져스2 제작사 측은 지난해 9월께 서울 촬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고, 그해 10월과 11월 여러 장소를 실제로 다니며 촬영지를 물색했다는 것이 유 차장의 설명이다.
 
세빛둥둥섬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왼편을 바라보니 물 위에 떠 있는, 다리로 연결된 유리벽 건물 세 동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극중 악당인 울트론이 만들어지는 첨단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진 세빛둥둥섬이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건물 주변을 둘러보니 인적이 뜸하고 내부도 텅 비어 있다. 그곳을 지키던 경비업체 직원이 "컨벤션센터로 4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영화 관계자들이 와서 사진도 자주 찍었고, 최근에 언론에 알려지면서는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여기서 할리우드 영화 촬영하는 거 맞냐"고 많이들 물어본다"며 "촬영 당일 어떻게 하라는 특별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이곳 촬영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빛둥둥섬을 비롯한 몇몇 촬영지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극중 폭파 장면을 연출할 목적으로 소스 촬영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미향 차장은 "일단 극중 서울이 첨단도시로 나오는 만큼 세빛둥둥섬의 외관 자체가 그러한 이미지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이곳에서 울트론이 만들어지고 나중에는 폭파되는 것이 맞지만, 폭파 이전까지 개연성을 담보할 만큼의 충분한 분량이 나오게 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08년 6월 사업계약이 체결됐지만, 수년째 사업이 표류하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탓에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지목돼 온 곳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측은 어벤져스2 촬영을 기점으로 세빛둥둥섬 운영의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사업시행자인 ㈜플로섬의 차상윤 부장은 "이곳이 영업 시설인 만큼 시 측에서 촬영 협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긍정적인 홍보 효과를 얻을 것으로 여겨져 응하게 됐다"며 "4월 국제회의 등의 행사를 열 수 있는 컨벤션센터로 일부 개방한 뒤에 9월 전체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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