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대통령·교황 바티칸에서 첫 회동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바티칸에서 만나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남미 출신 첫 교황이라는 특징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만나 빈부격차 해소방안, 낙태, 동성애자 권리 등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이탈리아 일간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높은 도덕적 권위가 경제 변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 사이에 점차 커지는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무게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최상위층과 평범한 가족들 사이의 수입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며 이는 단지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도덕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티칸에 도착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를 나누고 "교황을 만나게 돼 반갑다.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건넸으며 이번 유럽방문에서 바티칸 방문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고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년 전 교황에 즉위한 이후 거듭 과도한 자본주의와 빈부 격차 확대를 비판해왔고 오바마 대통령도 교황의 이런 경고를 확산시키는 정책을 펼쳐왔다.

따라서 이날 두 세계적 지도자의 역사적 회동은 가난한 계층을 보조하려는 미국의 정책을 지원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고 웃으면서 나왔으며,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 자신의 손을 잡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나와 가족, 그리고 같이 출장을 온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백악관 정원에 있는 식물들의 씨앗이 든, 가죽으로 된 상자를 선물하면서 "백악관에 올 기회가 있으면 정원을 방문해보라"고 말을 건넸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페인어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총리와도 회담을 갖는다.

한편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만났을 때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미국 가톨릭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낙태 문제를 화제로 꺼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 건수를 줄이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