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부족 vs 인권침해'…美 조혼금지 논란 재점화

미국에서 조혼 문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정치권이 미성년자의 결혼을 무조건 금지하는 법률을 추진하고 나서자 시민단체와 주민 사이에서 사생활과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의회에 따르면 주 하원 건강가족위원회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하는 하원 발의안 1279호(HB 1279)를 만장일치로 가결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 법안은 여야 모두 취지에 찬성하고 있어 의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법안이 주지사 서명을 받으면 플로리다주는 조혼을 금하는 14번째 주가 된다고 AP통신은 소개했다.

혼인 연령에 관한 플로리다주의 현행법에선 16세 미만이라도 아이를 낳거나 임신하면 결혼이 허용된다.

고교생 연령대인 만 16~17세의 경우 부모가 동의하면 결혼할 수 있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에서 이 같은 예외 규정으로 9건의 혼인이 이뤄졌다.

법안 발의자인 신시아 스태퍼드(민주) 하원의원은 "결혼은 성인에게 주어진 책임"이라며 인생 경험 부족과 미성년자 관계 법률을 조혼 불가 사유로 들었다.

그는 지역매체인 선센티넬과 인터뷰에서 "16세 미만에게 투표, 음주, 운전을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결혼은 허락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년 전 13세 소녀가 임신과 함께 결혼한 사건에 충격을 받고 근본적인 근절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혼이 미성년자 강간죄 처벌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법안 발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에서는 15세 여중생을 임신시킨 29세 통학버스 운전사 처벌을 놓고 당국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곧 세상에 나올 아이의 아버지가 운전사로 밝혀지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지만, 이 남성이 "원래 결혼할 생각이었다"며 혼인 의사를 밝히고 있어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조혼금지법 제정이 가시권에 들자 일부 주민과 비판론자들은 "인생경험이 대수냐"며 "국가권력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의 사생활에 간섭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인 존 스타이어 씨는 "결혼은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15살이라도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면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역 언론은 통학버스 운전사 사건과 관련해 "그것을 강간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옳은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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