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불안했던 주무기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에서 수행점수(GOE)를 1.86점이나 받을 정도로 깔끔했고, 나머지 점프들도 무리없이 소화했습니다. 스텝 시퀀스나 스핀 등도 레벨 4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자국이 아닌 대회였다면 가능했겠는가' 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아사다가 연기를 잘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번 대회는 일본이 아사다의 마지막을 격려해주는 잔치 분위기"라며 홈 이점을 에둘러 드러냈습니다.
아사다는 대부분 자국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전까지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 점수도 지난 2009년 일본에서 열린 팀트로피 때의 75.84점이었습니다. 개인 통산 19번 시니어 대회 우승 중 7번이 자국 대회라고 합니다.
피겨 자국 대회의 이른바 '점수 거품'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불과 한 달 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대표적입니다.
소트니코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점프 실수에도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에 카타리나 비트(독일), 미셸 콴(미국) 등 피겨 전설들은 물론 미국 NBC, 프랑스 레퀴프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은 판정의 문제점을 질타했습니다.
▲김연아 "자국 대회 점수는 후하다" 경계
당시 김연아도 이른바 '홈 버프'(Home Buff, 홈의 지지)를 받긴 받았습니다. 지난 1월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 쇼트프로그램에서 무려 80.60점을 얻었습니다. 여자 싱글 최초의 80점대 돌파, 비공인이었지만 세계신기록이었습니다.
물론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친 김연아였지만 자신의 역대 최고점을 넘긴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게 밴쿠버올림픽인데 그때가 내 전성기였다"면서 "그 이상의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다"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어떤 점수를 받아야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김연아는 "좋은 점수 받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다른 선수들도 자국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아사다 "조금 기대했다"…점수? 선수가 가장 잘 알아
물론 소치올림픽의 아픔을 씻고 완벽한 연기를 펼친 데 대한 기쁨이 분명 있을 겁니다.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55.61점, 16위에 머물렀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러시아 관중의 비웃음이 나왔고, 일본 전 총리의 "그 아이는 꼭 중요할 때 넘어진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한 달여 만의 대회, 아사다는 명예회복을 별렀고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점을 넘길 만큼 합당했을까요?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 등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음에도 73.78점을 받아 김연아에 4점 이상 뒤졌습니다.
어제 경기를 치른 뒤 아사다는 "지금까지 내 연기 중 베스트 3에 든 경기"라고 했습니다. 지금껏 자신이 펼친 최고의 연기인지 확신은 없었다는 겁니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딸 줄은 알았지만 어떤 메달일지 몰랐다"면서 "이런 결과가 나와서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소치올림픽 이후 갈라쇼에서 캐나다 아이스댄스 메달리스트 스콧 무어는 당시 인터뷰를 하던 김연아를 보고 "퀸 연아, 넘버 원!(Queen Yuna, No. 1)"을 외쳤습니다.
p.s-당초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판정과 점수에 대해 "정말 신경쓰지 않고, 난 전혀 속상하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국내에서 열린 팬 미팅에서 살짝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당시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보고 "어이는 없었다"고 말이죠. 점수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아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