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안보회의 도청' 연루 혐의로 언론인 체포

터키 사법당국이 시리아 군사개입을 논의한 안보회의를 도청한 음성파일 유출에 연루된 혐의로 저명 언론인을 체포다고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은 전날 밤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왼데르 아이타츠가 도청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정적 관계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지지하는 세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타츠는 지난 26일 사만욜루TV에 출연해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터키 영토인 '슐레이만 샤 묘지'를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를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작전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이 군사개입은 30일 치르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집권당의 가장 큰 선거개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가 방송된 다음 날인 27일 외무장관과 정보당국 수장, 터키군 2인자 등이 시리아 군사개입을 모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한 도청자료가 유튜브에 공개됐으며 정부는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다.

이 자료는 지난 13일 외무장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를 도청한 것으로 당시 참석자들은 시리아 알레포에 있는 '슐레이만 샤 묘지'가 공격받으면 터키가 개입할 명분이 있다며 자작극을 벌이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스만제국을 건국한 오스만 1세의 조부인 슐레이만 샤의 묘지는 현재 터키군이 경계를 맡고 있으며 최근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주변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슐레이만 샤 묘지는 국제법과 1921년 프랑스와 체결한 조약에 따라 터키 영토이며 이곳이 공격받는다면 터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간지 자만은 도청 자료 유출과 관련해 검찰이 다른 언론인 2명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외무부는 초기 조사결과 회의가 열린 장관 집무실에서 도청장치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내부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 정보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도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행위로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들은 정부가 선거에 활용하고자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국가 기밀을 논의한 회의가 도청된 것은 집권당이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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