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직업도 없이 사촌 누나의 집에 얹혀살던 김모(26)씨는 훤칠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는 이런 점을 사기 행각 최고의 무기로 삼았다.
2010년 7월 김씨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 A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자 2개월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을 상당한 재력가로 포장한 김씨는 이때부터 사업자금을 빌미로 "금방 쓰고 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결혼하자며 접근하는 김씨의 감언이설에 속은 A씨는 한 푼, 두 푼 돈을 내주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출까지 받아 돈을 댔다.
A씨가 이듬해 2월까지 이렇게 김씨에게 건넨 돈은 1억3천900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김씨에게 A씨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A씨로부터 더 뜯어낼 돈이 없어 보이자 새로운 사기 대상을 물색했다.
두 번째 희생양은 2012년 2월 인터넷게임을 통해 알게 된 B씨였다.
그녀 역시 김씨의 겉모습에 반해 한 달 사이에 5회에 걸쳐 1천300여만원을 건넸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더욱 과감해져 B씨를 만나는 와중에 또다시 공인중개사인 C씨를 유혹했다.
김씨의 결혼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C씨는 9개월만에 1억3천700만을 건넸다.
2년간 김씨에게 속은 여성은 8명에 달했고, 총 피해액은 8억7천만원이 넘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30일 여성들을 속여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애정관계를 이용해 계속 돈을 뜯어내고, 대출까지 받게 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데도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절대 무겁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