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식약처의 두 얼굴…삼성은 '일사천리' VS 中企엔 '꼿꼿'

운동용으로 출시된 이 심박계는 최근까지도 의료기기로 취급, 관리됐다 (사진 = 두성기술 홈페이지 캡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불과 최근까지도 유사한 기능의 중소기업 제품은 의료기기로 심사, 관리해왔던 사실이 확인됐다.

심박수 기능이 탑재된 갤럭시S5를 의료기기에서 빼달라는 삼성전자측 요청이 있은 뒤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식약처가 이중 잣대를 보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는 11일 전세계 동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S5는 식약처의 빠른 대처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의료기기에서 제외된 채 국내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고시 개정은 7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8일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남용이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관리 규정은 없어 국민 건강권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가 대기업 맞춤형 규제 완화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몇년간 운동용 심박계를 의료기기로 심사, 관리해왔다는 것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출처: 국회 김용익 의원실 제공)
◈ 중소기업이 만든 운동용 심박계는 의료기기로 취급, 이중잣대 논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입수한 식약처의 '운동용 제품 허가 현황'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심박수 측정 기능이 있는 운동용 중소기업 제품들을 최근까지도 의료기기로 관리해왔다.

2012년 5월에는 (주)누가의료기의 운동용 심박수계가 의료기기로 심사를 받았으며, 2011년 10월 (주)두성기술이 만든 '바디프로(Bodypro) 320'이라는 제품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특히 시중에 유통 중인 (주)두성기술의 '바디프로 320'는 갤럭시S5와 마찬가지로 운동, 레저용으로 출시됐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3년마다 하는 규정에 따라 의료기기 재심사를 받기도 했다.

바디프로 320의 제품 설명서를 보면 심박측정기를 스마트폰 앱과 블루투스 통신으로 연결해 심박수, 걸음수, 속도, 스트레스 등 운동결과를 측정 및 분석하게 돼 있다. 심박 측정 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갤럭시S5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기능이다.

두성기술 관계자는 "운동, 레저용이면 의료기기에서 빠질 수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몰랐다"며 "그간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 투자한 부분도 많은데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이처럼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식약처는 심박수 측정제품은 용도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의료기기로 취급, 관리해왔다. 척박한 환경에서 의료기기를 개발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부분 규제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 2월10일 삼성전자가 심박수 측정 기능이 있는 갤럭시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바뀐다.

삼성 갤럭시 S5 심박센서 (사진 = 삼성 갤럭시 S5 홈페이지 캡처)
◈ 삼성전자 민원 한 달 만에 고시 개정 결정, 특혜 의혹 논란에…

삼성전자는 당시 질의서를 통해 갤럭시S5는 의료용이 아닌 운동, 레저용으로 외국의 경우에도 질병 치료 및 진단과 연관되지 않으면 의료기기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갤럭시S5 출시 예고일을 불과 두 달 남긴 시점으로, 의료기기에 해당되면 품목허가를 따로 받아야해 국내에서는 기한 내 출시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식약처가 의료기기 관련 고시를 아예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상황이 가능해진다.

식약처는 삼성측 민원이 접수된지 한 달 뒤인 3월17일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이를 행정예고한다. 즉, 지금까지는 의료기기법 제2, 3조에 따라 심(맥)박수 등을 표시하는 제품은 용도와 상관 없이 의료기기로 관리해왔지만 3조 산하의 고시를 고쳐 운동·레저용 심(맥)박 기기는 의료기기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식약처는 "다양한 각계 전문가 의견과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의료용과 운동·레저용 제품으로 구분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고시를 개정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점상 삼성전자의 갤럭시S5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지배적이었다.

이번 고시 개정이 삼성 특혜가 아니냐는 김용익 의원실의 질의에 식약처 의료기기 담당자는 "삼성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갤럭시S5 민원을 계기로 고시 개정을 검토한 것은 맞다"고 답변했다고 김 의원실측이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필요할 때마다 제도개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고 특혜 의혹을 적극 부인하면서도 "우리(식약처)는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기사들이 (갤럭시S5 출시를) 발목잡는다는 식으로 우리를 몰아부친 측면도 있다"고 여론에 부담을 느꼈음을 암시했다.

한편, 갤럭시S5가 의료기기에서 제외되고 일반 공산품으로 취급되면 오남용이나 부작용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사용자가 임의로 갤럭시S5를 의료 및 진단용으로 이용했을 때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 국장은 "원격의료 입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종 기기들이 의료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면 추후 관리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명확한 관리 주체와 지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질병을 진단할 때는 병원에 가서 받아야지 운동용을 의료용으로 썼다면 사용자 스스로 책임인 것이다"며 "칼을 요리용으로 허용해주지만 잘못 사용했다고 해서 유통 못 시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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