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김시래? 아니다. 모비스의 파워포워드 함지훈이 정답이다.
함지훈은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평균 17.0점을 올리면서 경기당 7.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바운드 숫자는? 2경기 평균 38분 가까이 뛰면서 총 1개를 잡는 데 그쳤다.
파워포워드의 기록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상급 포인트가드의 기록에 더 가깝다.
이번 시리즈에서 함지훈 다음으로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LG의 포인트가드 김시래로 평균 6.0개를 기록했다. LG 문태종이 4.0개로 뒤를 이었고 모비스의 포인트가드 양동근은 2경기에서 2개를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함지훈의 어시스트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동급 최강이다. 골밑에서 포스트업 공격을 하면서도 외곽 기회를 잘 보는 편이고 하이포스트에서 골밑의 외국인선수 혹은 외곽의 슈터에게 연결하는 패스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우리 공격은 함지훈의 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볼을 잡을 기회가 많아질수록 득점은 물론 어시스트를 쌓을 기회도 많아진다.
함지훈이 출전한 정규리그 54경기에서 어시스트 숫자가 리바운드보다 많거나 같았던 경기 수는 무려 22번이나 된다.
패스 능력이 좋다보니 슛을 아낄 때도 많다. 유재학 감독은 항상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라고 강조하지만 함지훈이 주저하는 바람에 팀 공격의 밸런스가 어긋날 때도 종종 있다.
슛을 던질 기회에서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좋은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다. 함지훈은 2년 전 이같은 주위의 지적에 대해 "아직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가 몸에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함지훈이 다재다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비스는 함지훈에게서 변화를 원한다.
▲KT의 베테랑 송영진이 남긴 교훈
함지훈은 1차전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김종규를 상대로 강력한 포스트업 능력을 자랑했다. LG는 2차전 승부처에서 데이본 제퍼슨으로 하여감 함지훈을 막게 했다. 모비스는 변화를 줘야 했다. 함지훈은 외곽으로 빠졌고 대신 로드 벤슨이 골밑 공격을 주도했다.
제퍼슨은 골밑을 지켜야 하는 의무 때문에 함지훈의 외곽 수비를 놓칠 때가 많았다. 그러나 함지훈은 슛을 주저했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이 더 과감하게 던져야 했다. 안 들어가도 벤슨이 리바운드를 잡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아쉬워 했다.
굳이 3점슛이 아니어도 좋다는 게 모비스의 생각이다. 함지훈은 파워포워드 가운데 중거리슛 능력이 좋은 편에 속한다. 물론, 3점슛도 던질 줄 안다.
LG 김종규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지훈이 형은 힘이 워낙 강해서 포스트업도 잘하는데다 외곽슛도 던지니까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6강 및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빛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부산 KT의 베테랑 포워드 송영진이 남긴 교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송영진은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2차전에서 슛을 던지기를 주저했다. 그로 인해 KT의 공격 밸런스가 무너질 때가 많았다. 송영진은 3차전부터 각성했다. 자신있게 슛을 던졌고 성공률은 높았다. 송영진의 자신감은 고스란히 상대 수비에게 압박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