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은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은퇴식을 열고 영욕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규혁은 "정말 많은 분들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렇게 은퇴식 규모가 클 줄 몰랐고, 선물까지 받아 당황했다"고 다소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힘들었던 순간과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이익환 씨를 언급할 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는데..."라며 울컥한 듯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규혁은 "올림픽 메달이 전부인지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노 메달'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메달을 땄다면 지금의 감사함을 몰랐을 것이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노력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규혁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지도자로 도전하는 데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빙속의 전설다운 은퇴식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이에리사 새누리당 국회의원,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신정희 체육회 선수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했다.
1994년 이규혁과 첫 올림픽에 나섰던 쇼트트랙 2관왕 전이경(38) 빙상연맹 이사는 직접 후배의 약력을 소개했다. 예전 대표팀 제갈성렬 전 대표팀 감독(44)은 선후배들이 마련한 '황금 스케이트' 트로피를 이규혁에게 선물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서울시청)와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화성시청),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조해리, 밴쿠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이상 고양시청) 등 후배들도 은퇴식에 참석해 선배에 경의를 표했다.
이규혁은 이날 직접 참석한 농구 스타 서장훈과 씨름 스타 출신 방송인 강호동은 물론 이경규, 신동엽, 김성주, 김창렬, 김제동, 윤민수, 성유리 등의 영상 축사를 받아 폭넓은 인맥도 과시했다.
13세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규혁은 이후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물론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 4번의 정상 등극의 역사를 썼다.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 메달만 30여 개에 이른다. 1997년 1000m, 2001년 1500m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특히 한국 스포츠 최다인 6회 올림픽 출전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소치 대회까지 얼음판을 누볐다. 비록 메달은 없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이상화는 물론 소치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 미헐 뮐더도 우승으로 이규혁을 꼽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