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해외 무인기 공작 당분간 계속 수행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해외 무인기 공작에서 한동안 손을 떼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보도했다.

대테러 전문 특수전 사령탑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를 중심으로 예멘, 파키스탄, 요르단 등에서 해오던 군의 무인기 운용 작전이 민간인 피해 속출 논란으로 사실상 배제되면서 작전을 함께 해오던 CIA가 사실상 이를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IA가 무인기 공작 같은 준군사활동에서 벗어나 정보 수집과 분석 등 정보기관 고유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존 브레넌 국장의 노력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마이클 쉬한 전 국방부 특수전·저강도전 담당 차관보도 "일각에서는 CIA를 살인 임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지만, 그런 희망은 곧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탰다.

무인기 공작 업무의 주체로 군 대신 CIA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행정부 내의 영역 다툼, 의회의 압력, 외국 정부의 요구 등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의 비밀전쟁 과정에서 CIA가 선봉적으로 해온 역할에 대한 브레넌 국장의 새로운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고 NYT는 풀이했다.


25년 근무 경력의 베테랑 CIA맨인 브레넌은 국장 취임 전 4년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고 대테러 업무 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선별 제거 공작'을 관장했다.

그러나 그는 CIA에 부여된 대테러 임무로 인해 외국 정부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범세계적인 경향을 분석하는 정보기관 고유 업무 수행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는 게 행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브레넌은 특히 2009년 시작된 아랍권의 시민혁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 제공에 실패한 미 정보기관들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CIA가 준군사 임무 일부를 국방부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CIA는 전통적인 군사활동과 작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CIA 내에서도 골칫거리가 다름 아닌 대테러센터(CTC)다. 브레넌이 국장으로서 러시아와 중국 같은 전통적인 적대국에 맞서고 사이버테러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CTC는 CIA 조직 내에서나 의회에서 여전히 막강한 권력부서다.

현재 미 육군사관학교 부설 대테러전센터장인 쉬한은 "CIA 조직 대부분이 변화됐지만, CTC만은 9·11 사태 이후 극적인 성장을 거뒀고 지금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CTC가 자기 영역을 지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으며, 특히 무인기 공작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덧붙였다.

의회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 역시 무인기 작전권을 둘러싼 싸움에서 국방부 대신 CIA의 편을 들어주었다. 대표적인 인사가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이다.

지난해 5월 두 사람은 이라크와 아프간을 제외한 예멘, 파키스탄, 요르단 등 다른 곳에서 드러난 JSOC의 '형편없는' 무인기 작전 성과를 빌미삼아 무인기 작전권을 국방부에 이양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시도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예멘 정부는 JSOC의 잇따른 실패를 이유로 최근 지부티를 발진기지로 하는 미군의 자국 내 무인기 공작을 일시 중단시켰다. 예멘 정부의 이런 조치는 지난해 12월 수도 사나 남쪽에서 진행되던 한 결혼식에 무인기가 날아들어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 이후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에도 사우디를 발진기지로 하는 CIA의 예멘 내 무인기 공작은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무인기에 의한 공격은 최근 급감했으며, 특히 파키스탄 정부가 '파키스탄 탈레반'(TTP)과 평화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인기 공격을 추적해온 영국 탐사보도협회(BIJ)의 전언이다.

파키스탄 내 무인기 공작과 관련해 파키스탄 정부는 미군이 아닌 CIA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는 자국군을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CIA의 비밀공작 만은 허용하겠다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 비밀협약의 산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고유 업무 회귀를 위해서는 과도한 준군사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보고서와 권고 등에도 브레넌은 CIA가 대테러 임무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캐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대변인도 선별 제거 공작에 변화를 발표한 지난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책상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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