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대응'…보호기관-학교-경찰 따로 논다

신고해도 서로 몰라…외국처럼 '원스톱 체제' 시급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계모의 아동학대(상해치사) 사건과 관련, 학교-아동보호기관-경찰의 대응시스템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경북 칠곡·구미 등을 담당하는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2일 숨진 A양(작년 사망 당시 8세. 초교 2년)과 관련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한 주민이 A양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것 같다며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4회에 걸쳐 현장 조사를 한 후 A양 팔이 부러졌음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버지가 A양을 때려 등에 피멍이 들었고 화상이 있었는가 하면 부부의 잦은 싸움으로 정서적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A양 부모는 조사에서 "팔이 부러졌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해주지 못했고 A양의 거짓말에 화가 나서 A양 등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가 신체·정서학대를 저지르고 물리적·의료적 방임을 했다고 판정했다.

다만 팔 골절이 학대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해 상습적인 학대는 없다고 판단, 바른 양육을 지도하고 재학대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상습적인 학대로 판단했더라면 A양이 숨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기관은 이후 A양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해 8월 중순에 부모에게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상담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수사도 아쉬운 대목이 많다.

A양이 숨진후 경찰은 두달 간 A양 언니와 부모를 격리하지 않은 채 같이 사는 상태에서 수사했다.


A양 언니는 올해 2월 양육시설로 옮겨 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 법원에서 비공개 증언으로 계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건이 난 이후 곧바로 격리했다면 더 빨리 계모의 범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A양의 담임교사가 A양의 온 몸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해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

아동보호기관-학교-경찰 등의 대응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의심 징후가 보이면 학교에 배치된 전문가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고 학대가 확인되면 법원이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내 양형이 외국에 비해 약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치사죄를 많이 적용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살인죄를 적극 적용하는 경향이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약물 중독자인 생모가 동거남과 함께 4살짜리 아들을 가둬놓은 상태에서 음식도 주지 않고 지속적인 체벌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영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해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경찰서 한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 A양 언니와 어머니가 가해자였다. 가정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 뒤늦게 가정 폭력이 있었던 점을 알았다"며 "당시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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