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품을 애용합시다

[노컷칼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국산품을 애용합시다!’ 세계화 시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수입 공산품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서 하는 말입니다.

관세청이 9일 처음으로 공개한 10개 주요 품목의 국내판매가격이 수입가격의 3배에서 최고 9배까지 높았습니다. 생수와 전기면도기, 유모차,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립스틱, 등산화, 와인 등 생필품이나 다름없는 품목들입니다.

예를 들면, 립스틱의 경우 평균 수입가격이 1423원인데 평균 국내판매가격은 15배인 2만 1150원. 미국산 와인의 경우 평균 수입가격이 9372원인데 국내 평균판매가격은 거의 6배인 11만원. 유모차의 경우도 약 3.6배 비쌉니다.

그렇다면 수입공산품의 가격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부 설명에 따르면 브랜드별로 독점적 수입업체를 통해 반입돼 특정 공급업체를 통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유통구조가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단계별 유통마진을 분석해 보면, 수입업체 30%, 공급업체 15-20%, 유통업체(백화점) 30-35% 정도. 여기에 물류와 애프터서비스, 판촉지원 등 25%가 더 보태집니다. 너무 많이 부풀려진 값인데도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제 공산품들이 정말로 가격에 걸맞게 품질도 좋은 것일까요? 같은 국산품에 비교할 때 분명한 그런 우위가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 품목이 일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외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큰 몫을 할 겁니다.

화장품은 아무래도 수입 명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지요? 하지만 명동에 있는 화장품 상점을 한번 들러보시죠.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값싼 국산 화장품을 사려는 모습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프랑스나 일제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품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산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의 한결같은 평가입니다. 그런 외국인의 눈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자국산 상품을 놔두고 품질이 특별히 더 좋지도 않은 외국산 화장품을 몇배나 비싼 가격에 사려고 하는 한국인들이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9일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병행수입이란 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해서 수입 소비재 시장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 10-20%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합니다.

정부가 소비자를 생각해서 수입 공산품의 경쟁을 유도하고 가격을 낮추어주는 것은 일단 좋은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국산품을 외면하고 외제품만 선호,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세계화 시대에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이른바 명품만을 좇아가는 세태가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현명한 소비문화를 기대해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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