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천국' 아프간 미군 사격장 골칫거리로 등장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연내 철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들이 사용해온 사격장이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아프간 곳곳에 산재한 미군 사격장 규모는 뉴욕 시의 배인 800제곱마일로 이곳에는 위험천만한 불발 수류탄, 로켓탄, 박격포탄 등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사격장이 '불발탄 천국'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격장에서 놀다 목숨을 잃거나 다친 어린이들만 수십 명에 이른다. 또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피해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군 사격장에서 불발탄이 제거된 것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특히 2억5천만 달러(약 2천600억원)로 추산되는 예산 승인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바르람 기지에 있는 미 육군 지뢰제거센터장인 마이클 풀러 소령은 "불행하게도 '전쟁 중이다 보니 불발탄을 제거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군과 참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철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격장에서의 활동도 뜸해졌다. 그러나 이 틈을 타 고철을 수집하려고 사격장에 출입했다가 폭발 피해를 당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부모 등 주민들의 원성이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지원하는 유엔 아프간지뢰제거통합센터(MACC)는 2012년 이후 미군이나 나토군 사격장 부근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는 70건으로 피해 발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MACC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도 확인됐다.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가축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또는 땔감이나 고철을 줍기 위해 사격장을 출입하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MACC가 취합한 희생자 가운데 88%가 어린이들이었다.

애비게일 하틀리 MACC 센터장은 "지난 8년 동안 이 문제에 신경을 썼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미군 최고 지휘관들은 사격장의 폭발물 제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만, 아프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설사 의회가 제거 작업에 필요한 예산을 승인하더라도 폭발물 제거 작업은 극히 어려운 문제다. 아프간 전역에 산재한 880개의 미군 기지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폐쇄된 데다 불발탄 제거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도 전에 이미 상당수의 미군이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계자가 밝혔다.

실제로 불발탄 범벅인 일부 사격장은 이미 2004년에 문을 닫은 데다 이제는 불발탄 현황 조사를 할 군인마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일부 사격장에는 미군 경비병마저 배치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명 피해가 가장 크고 불발탄이 가장 많은 사격장이 어느 곳인지 파악작업을 담당할 미군 전담팀이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의회의 예산 승인이 이뤄지면 이르면 올가을부터 1년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미군과 나토군은 지난 12년간의 아프간 주둔 기간에 240개의 고폭탄 전용 사격장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부 헬만드 주에 있는 것으로 크기만 수도 워싱턴 D. C의 배나 되는 120제곱마일이나 된다.

WP는 1989년 당시 소련이 10년 동안의 아프간전에서 발을 빼는 과정에서 남겨진 2천만개가량의 불발탄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가운데 미군 사격장 문제까지 겁쳐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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