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 홈 경기에 8-8 동점이던 8회초 1사 만루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완벽하게 막아냈다. 팀 10-9로 이기면서 승리 투수의 기쁨도 맛봤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임창용은 당초 삼성이 1회 5점을 뽑는 등 여유로운 등판이 예상됐다. 그러나 팀이 8-4로 앞선 8회 필승 계투 안지만이 상대 최정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맞으면서 급박하게 상황이 변했다. 이후 안지만이 1사 만루에서 물러나 역전 위기까지 맞았다.
삼성은 마무리 임창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임창용은 상대 대타 루크 스캇에게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내줘 8-9로 역전됐지만 이후 김성현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임창용의 호투에 힘을 얻은 삼성 타선은 8회말 박석민의 2루타 등으로 10-9 역전을 만들었다.
9회도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상대 1~3번을 삼자 범퇴로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특히 만루홈런의 주인공 최정을 삼진으로 잡아내 경기를 매조졌다. 류중일 감독은 "다 이긴 경기를 질 뻔했는데 역시 임창용은 임창용"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공언한 대로 초구는 직구였다. 임창용은 "1~3구까지 직구였다"면서 "만약 스캇이 타격하지 않았다면 다음 공도 직구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루 상황이라 어설픈 변화구보다 자신있는 직구가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병살타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살짝 아쉬움도 드러냈다.
11, 12일 경기에서 불펜 난조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임창용은 "그게 마무리의 숙명"이라면서 "연달아 던지는 날도 있고 기다려야 하는 맛도 있어야 한다"고 대범함을 보였다.
경기 전 "홈 팬들 앞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공언대로 기쁨이 컸다. 임창용은 "미국과 달리 역시 알아봐주시는 팬들이 있다"면서 "내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를 들으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임창용은 "구속이나 구위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면서 "오늘 갑자기 올라온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1이닝씩 던지게 한다고 하더니 얘기를 좀 해야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