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2년 만에 필리핀에 전면 복귀하나

오바마 '아시아 재균형 전략'도 '탄력'

필리핀 정부가 최근 미군에 필리핀 군사기지 공유를 허용함에 따라 미군이 22년 만에 필리핀에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필리핀 정부가 무려 8개월에 걸친 실무협상에서 자국의 사전 요청을 전제로 미국에 자국의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전면 허용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미군에 대한 군사기지 공유 방침은 우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게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본격적인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지난 1991년 필리핀 상원에서 군사기지 조차기간 연장안이 부결돼 이듬해 11월 현지에서 철수한 미군이 무려 22년 만에 사실상 필리핀에 복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요건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처럼 상시 주둔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외국 군대의 주둔을 금지하는 필리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주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승인 등 일부 절차가 남아있지만, 그간 필리핀 정부의 행보를 미뤄볼 때 이는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실제 아키노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일본 자위대에 대해서도 군사기지 개방의사를 밝히면서 주변국과의 군사공조 강화 의지를 천명해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8부터 이틀간 예정된 마닐라 방문기간에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최종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이들 관측통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관측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거둘 수 있는 최대 성과물이자 최고의 선물이 EDCA 협정일 것이라며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 일대에서 강화되는 중국의 영유권 공세를 견제하기 위해 던진 포석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협정을 토대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한층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측통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의 공세를 견제하고 이들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앞으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영유권 공세가 부쩍 강화되자 합동훈련과 함정수리, 물자 보급 등을 명분으로 해군 함정과 전투기의 필리핀 파견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필리핀과의 군사공조를 강화해왔다.

실제 필리핀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미 해군 함정은 149척으로 전년보다 무려 68%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측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마닐라 방문기간에 EDCA협정을 체결하는 것 이외에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지원 의무를 재확인함으로써 필리핀과의 전통적인 군사공조를 과시하고 중국에도 보이지 않는 경고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필리핀 방문이 미국의 아태지역 진출과 영향력 확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호세 쿠이시아 주미 필리핀 대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의 대(對)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본격 추진되고, 나아가 필리핀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원조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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