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NO! 크림합병 러시아에 배타주의 번져"< NYT>

외국 캐릭터 그려진 교과서에 '철퇴'…야권은 '배신자' 몰아

크림반도 병합을 놓고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외국인 혐오를 비롯한 배타주의 정서가 번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 전했다.


문화적으로 반(反)서방·국수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야권 인사들은 '배신자', '외부세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국제도시를 자부해 온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크림반도 병합 이후 곳곳에 러시아 국기가 내걸리고 있다. 성조기가 나부꼈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풍경과 일견 비슷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와 국영방송 등이 이런 국수주의적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일례로 러시아 인터넷 매체는 유명 수학교과서 시리즈가 공식 권장교재 목록에서 빠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최근 전했다. 러시아 전통 전래동화에 나오지 않는 캐릭터를 삽화에 너무 많이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교육아카데미 소속 전문가는 "첫 페이지부터 땅 요정과 백설공주가 나오는데, 이는 외국 문화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크렘린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한 위원회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는 유럽이 아니다", "다문화·관용주의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병합 계획을 선언하는 연설에서 "일부 서방 정치인들이 정확히 무엇을 노리는지 궁금하다"며 "'제5열'(적과 내통하는 내부자들)의 행위일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거론한 '이적행위자'들에 대한 공격은 모스크바 중심가 노비아르바트 거리의 대형서점 바깥에 나붙은 대형 현수막에서도 등장했다.

이 현수막은 러시아의 유명 야권 인사들과 옛 소련 반체제 음악인 2명을 사악한 분위기의 외계인과 함께 그려놓고 "제5열, 우리 안의 이방인들"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실제로 크림반도 합병을 전후해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은 강화됐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37)는 크림반도 러시아군 배치가 개시된 날 가택연금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로 재직한 보리스 넴초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생각엔 소련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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