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에서 완벽투' 류현진, 무엇이 달라졌나

'나 완전 달라졌거든?' 18일(한국 시각)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로 지난 5일 2이닝 8실점 최악 부진을 설욕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완전히 딴판이었다. 같은 상대였지만 너무도 달랐다.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확실하게 진화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 시각) 미국 AT&T 파크에서 열린 숙적 샌프란시스코 원정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탈삼진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2-0으로 앞선 8회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팀이 2-1로 이기면서 시즌 3승째(1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ERA)도 1점대(1.93)로 진입했다. 투구수 112개, 개인 통산 최다 투구수(114개)에 근접한 역투였다. 올 시즌 26이닝 연속, 지난해부터 28이닝째 원정 무실점 기록이다.

지난 5일 경기 때와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당시 시즌 홈 개막전에서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에 2이닝 8피안타 3볼넷 8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앞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류현진 최악의 투구였다.

그러나 이날은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13일 만에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초반 승부 SF 전략, 역이용

일단 신중한 투구 패턴이 주효했다. 류현진은 5일 초반 적극적으로 승부한 샌프란시스코에 당했다.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류현진 공략법이었다. 그러나 18일에는 이를 역이용했다.

5일 류현진의 내준 8안타 중 6개는 3구 이내 승부였다. 초구가 3개, 2구째가 1개, 3구째가 2개였다. 특히 1회 샌프란시스코는 6안타 중 4개가 직구를 공략했다.

그러나 18일 류현진은 달랐다. 1회 16개의 공 중 9개가 변화구일 정도로 비율을 높였다. 여기에 4명 타자 중 3명이나 초구에 변화구를 던졌다. 2회 14개 투구 역시 변화구가 9개, 직구가 5개였다.


그랬던 류현진은 3회부터는 패턴을 바꿨다. 3회 13개의 공 가운데 직구 비중을 9개로 늘렸다. 변화구는 4개였다. 4회는 10개로 같았다. 이런 변화 속에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후 류현진은 안정을 찾아 5~7회를 위기 없이 막아냈다. 5회 에이르 아드리안자에 내준 안타는 빗맞은 타구였고 6, 7회는 연속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예리해진 제구와 변화구 각도

지난 5일 류현진의 제구는 말을 듣지 않았다. 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3개나 내줄 정도였다. 투구수 69개 중 스트라이크는 40개였는데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8일에는 특유의 면도날 제구를 선보였다. 투구수 112개 중 72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 65% 정도 비율이었다.

무엇보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워낙 까다로웠음에도 펼친 호투였다. 이날 세스 벅민스터 구심은 4회 류현진이 버스터 포지를 상대로 던진 한복판 직구에도 볼을 선언하는 등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상대 선발 매디슨 범가너가 일찍 무너진 데도 판정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구위와 변화구 각이 좋아졌다. 5일 류현진의 공은 중심에 자주 맞아나갔고, 변화구는 밋밋했다. 그러나 이날은 장타가 1개도 없을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탈삼진 3개 중 2개를 패스트볼로 잡아냈다. 장기인 체인지업과 커브의 각도 날카로웠다.

▲헐거뒀던 수비의 각성까지

환골탈태한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5일 류현진은 다저스의 어이없는 수비에 울었다. 1회 중견수 맷 켐프가 공을 흘렸고, 1루수 애드리언 곤잘레스는 뜬공의 궤적을 놓쳐 2루타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날 켐프는 달랐다. 6회 2사 마이클 모스의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냈다. 곤잘레스도 불안한 야수 송구를 잘 잡아내는 예의 견고함을 찾았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는 2회 1사 1루에서 브랜든 힉스의 평범한 타구를 떨궜지만 이후 그레고 블랑코의 2루타성 타구를 뒤로 돈 상황에서 잡아냈다. 8회 무사 2루에서도 빗맞은 타구를 전력질주해 걷어냈다. 류현진의 호투에 화답한 집중력 있는 수비였다.

여기에 타선도 침묵했던 5일과 달리 18일에는 2회 선취점을 뽑아주면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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