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세월호 주변에 구조 선박 많았는데…

"승객 탈출하면 구조하겠다"는데도 세월호는 탈출 결정 '미적미적'

18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대형 부표가 되어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침몰 중인 '세월호' 주변에 탈출 승객을 구할 선박들이 여러 척 있었음에도 세월호가 승객 탈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무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공개된 진도연안VTS(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 간 교신 내용을 보면 진도VTS는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9시 6분쯤 첫 교신에서 세월호가 침몰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진도VTS는 이후 사고 해역 주변을 지나는 모든 선박들에 구조를 긴급 요청했다.

이에 'DOOLA ACE', '드래곤에이스11', 'YING XIANG' 등 국내외 선박이 호응하고 나섰다.

특히, DOOLA ACE는 "(세월호가)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하다"면서도 "최대한 안전거리 확보해서 접근해 보겠다"고 밝히는 등 구조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DOOLA ACE는 실제로 세월호에 최대한 근접해 승객 탈출에 대비했고, 드래곤에이스11과 YING XIANG도 세월호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승객 탈출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세월호는 "배가 심하게 기울어져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급기야 진도VTS가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승객 탈출을 재촉했지만 세월호는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며 의구심만 나타냈다.

진도VTS는 DOOLA ACE에 "탑재된 구명정 등 모든 구조 장비를 바다에 투하해 세월호 승객이 탈출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이때가 진도VTS와 세월호가 교신한 지 28분이 지난 오전 9시 35분이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끝내 승객 탈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그로부터 3분 뒤인 오전 9시 38분 이후는 진도VTS와 교신이 완전히 끊겼다.

진도VTS와 세월호 간 교신 내용은 세월호 측이 과감한 승객 탈출 결정을 내렸더라면 더 많은 승객이 구조됐을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들의 석연치 않은 대응이 그만큼 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도 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전문
09:07

◇ 세월호> 진도VTS, 세월호

◆ 진도VTS> 세월호, 여기 진도연안VTS. 귀선 지금 침몰 중입니까?

◇ 세월호>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진도VTS> DOOLA ACE 여기 진도연안VTS

△ DOOLA ACE > 예, 말씀하십시오

◆ 진도VTS> 귀선 우현 전방 2.1마일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에 있습니다. 귀선 구조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쪽으로 가셔서 구조 부탁드리겠습니다.

09:10

◇ 세월호> 저희가 기울어서 금방, 뭐..넘어갈 것 같습니다.

◆ 진도VTS> 네 귀선 승선원은 어떻습니까? 둘라에이스가 최대한 빨리 귀선으로 접근 중에 있습니다.

◇ 세월호>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09:12

◆ 진도VTS> 지금 승선원들은 라이프래프트 및 구조보트에 타고 있습니까?

◇ 세월호> 아니 아직 못 타고 있습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09:14

◆ 진도VTS> 주변에 어선들까지 다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DOOLA ACE>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위험합니다. 아무튼 최대한 안전거리 확보해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 진도VTS> 최대한 빨리 접근 바랍니다. 인명구조에 적극 협조바랍니다

△DOOLA ACE> 네.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습니다

◆ 진도VTS> 현재 승객들이 탈출이 가능합니까?

◇ 세월호> 지금 배가 기울어서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 진도VTS> 최대한 경비정 및 어선들을 연락을 취해서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09:17

◆ 진도VTS> 감도 있습니까?(4회)

◇ 세월호>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라이프자켓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한 상태이고, 선원들도 브리지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빨리 와주시기 바랍니다

09:18

◆ 진도VTS> 현재 물이 얼마나 차 있습니까?

◇ 세월호> 그것도 확인안되고 있습니다. 지금 데크에 컨테이너 몇 개가 빠져 나간 거는 선수에서 확인되는데 이동이 안되서 브릿지에서 좌우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여서 벽 잡고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09:22

◇ 세월호> 해경이 오는데에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 진도VTS> 네, 잠시만요

09:23

◆ 진도VTS> 경비정 도착 15분전입니다. 방송하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하도록 하세요

◇ 세월호>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09:24

◆ 진도VTS> 방송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바랍니다

◇ 세월호>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

◆ 진도VTS>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

09:25

◆ 진도VTS> 세월호 인명 탈출은...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시키세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

09:26

◇ 세월호>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 진도VTS> 경기정이 10분 이내 도착할 겁니다


09:27

◆ 진도VTS> 1분 후에 헬기가 도착 예정입니다

◇ 세월호>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 진도VTS> 곧 헬기가 도착 예정입니다

09:28

◇ 세월호>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거 같습니다

◆ 진도VTS> 헬기도 도착할 거고요. 인근에 있는 선박들도 접근중이니 참고 하십시오

09:32

◆ 진도VTS> 각국 각선, 현재 병풍도 북방 2.4마일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에 있습니다. 근해를 항해중인 모든 선박들은 구조작업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

◇ 세월호> 진도VTS, 여기 세월홉니다. 감도 있습니까?

◆ 진도VTS> 세월호 말씀하세요

◇ 세월호> 저, 현위치 위도 34도 10분, 125도 57분입니다. 57분

◆ 진도VTS> 네. 귀국 위치 확인했습니다

09:33~35

◆ 진도VTS> DOOLA ACE, 귀선에 탑재되어 있는 구명벌하고 구명정을 모두 투하시켜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를 바랍니다

09:37~38

◆ 진도VTS> 현재 침수 어떻습니까? 침수요

◇ 세월호> 침수상태 확인불가하고, 지금 머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 근접해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시도하고 있다는...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 진도VTS> 네. 알겠습니다

◇ 세월호>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고, 지금 항공기까지 다 떴습니다. 해경.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