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朴 "1분1초 급하다"…현장은 여전히 '뒷북'

늑장대응과 엇박자로 국민들 '실망'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다음날 생존자 구조를 위해 "1분 1초가 급하다"며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현장에서는 바지선 등 각종 장비 투입이 늦어지면서 뒷북조치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진도에 도착해 30분 정도 해경청장으로부터 세월호 구조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1분 1초가 급하니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구조당국은 사고발생 나흘째인 19일에야 야간 수색에 필요한 집어등 불빛을 활용한다며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에 동원령을 내렸다.

구조당국은 그동안 군이 제공하는 조명탄을 사용해 야간구조작업을 벌여 왔지만 오징어 집어등을 활용하자는 제안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나오는 등 당국의 대응은 전방위적이지 못했다.

빠른 조류때문에 시신들이 세월호에서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인망 어선을 동원하기 위해 대형기선저인방 조합에 지원을 요청한 것도 19일이다.

그러나 이들 저인망 어선들이 그물을 치는 작업은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침몰현장의 조류가 너무 강했다고는 하지만 구조작업에 나선 민관 잠수사들의 선내 진입에 필수적인 가이드라인은 5개는 20일에야 확보됐다.


침몰현장에 대형 바지선 2척이 투입된 것도 역시 이날이다.

해수부가 동원한 이 대형 바지선 2척은 20일 오후 4시에 현장에 도착했을 뿐이다.

잠수사들이 장비를 놔두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해상기지 역할을 하는 대형 바지선의 투입도 늦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무인잠수로봇으로 불리는 미국 장비 ROV가 사고해역에 투입된 것은 21일 새벽에야 이뤄졌다.

민관군 구조당국은 이날 0시 4분쯤 ROV 2대를 세월호 선수부분에 투입시켜 선내 수색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장비는 미국이 기술진 2명이 수색작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빠른 조류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조와 수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역시 투입 결정과 요청, 그리고 실제 투입에 시간이 지연됐다.

이렇게 각종 구조장비의 현장투입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 수습책을 마련하려고 하느냐"면서 "왜 바지선이 안 됐는 지 왜 채낚기선이 안 됐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 좀 해 달라"며 구조당국에 하소연 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잠수요원들이 동시에 수중 수색작업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잭업바지'는 아직도 설치되지 않았다.

잭업바지는 바다 밑 4개의 긴 파일을 박고 수면 위에 사각형 모양의 바닥이 평평한 가로, 세로 수십미터의 바지를 얹힌 것을 말하는데 19일 부산에서 출발해 예인선이 침몰 현장으로 끌고 오고 있는데 21일 저녁이나 돼야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천안함 사고 이후 해군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최첨단 구난함 '통영함'은 진수식까지 마치고도 성능시험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며 현장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생존자 구조를 위해 1분 1초가 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늑장대응과 엇박자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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