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세월호 조난 신고 전 무슨 일이?

선장 행적 묘연-급선회 전 중대한 문제 발생 의혹

진도 인근 해안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승객 구조 작업 (사진=목포해경)
무리한 급회전 등 세월호의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급선회 이전에 선체에 이미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 48분쯤 사고해역인 맹골수도에서 갑자기 서남쪽으로 급선회하고 8시 52분쯤에는 다시 방향을 북쪽으로 튼 뒤 기울어져 결국 침몰했다.

이 과정에서 8시 52분쯤 전남소방본부로 첫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해경에 오전 8시 55분과 8시 58분쯤 세월호로부터 각각 조난 신고가 접수됐다.

세월호는 당시 제주 VTS에 "해경에 연락해 달라, 본선이 위험하다, 지금 배가 넘어간다"며 긴박한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세월호는 9시 7분 진도 VTS와 첫 교신에 성공해 31분 동안 교신하면서 진도 VTS는 침몰 사실을 확인했다.

진도 VTS와 교신하는 과정에서 세월호는 빠른 속도로 기울고 있었다.

세월호측은 오전 9시 10분쯤에는 "금방 넘어갈 것 같다.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며 "빨리 와달라, 움직이지 못한다"고 진도 VTS측에 긴박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세월호 인근의 한 선박은 오전 9시 14분쯤 "배가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접근이 어렵다"고 알리기도 했다.

또 세월호가 최초 사고 신고 40여분 전인 오전 8시 10분쯤 이미 해경과 연락두절 상태였다는 의혹도 나왔다.


경기도교육청 내부 일지에 16일 오전 8시 10분 제주해경이 '배와 연락이 안된다'고 단원고에 전화를 걸어왔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해경은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도 통화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해역 인근으로 조업에 나섰던 어민들도 "사고 신고 접수 시간인 오전 8시 55분보다 훨씬 이전에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로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69) 씨가 조류가 빠르기로 악명높은 '맹골수도'의 운항을 초보 3등 항해사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웠다.

특히 승객의 구조를 위해 세월호를 지휘해야 하는 가장 긴박한 상황인 사고 신고 이후에도 VTS와의 교신을 1등 항해사에게 맡기고 여전히 정위치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씨가 사고 신고 훨씬 이전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자체 수습을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는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배가 기울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지만 급선회 이전에 세월호에서 이미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 요청 직후 선원들이 조타실에 모였던 정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공개한 진도 VTS와 세월호와의 교신 내용에서 세월호 교신자는 9시17분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며 "선원들도 브리지(조타실)에 모여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선박직 승무원들이 세월호에 발생한 중대한 문제를 자체 해결하기 위해 모였지만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승객들을 뒤로 한 채 집단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세월호 선박직 직원 15명은 전원 구조됐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늑장 신고에다 허술한 초동 조치로 승객들을 모두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것인데 제주 VTS보다 세월호측의 조난 신고를 먼저 접수한 기관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선장 이 씨를 포함한 세월호 핵심 승무원들은 사고 전후 세월호의 상태와 근무 상황, 초동 대처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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