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7시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손녀 박모양의 발인예배를 마친 할머니는 운구차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힘겹게 내딛으며 울부짖었다.
운구차에 실린 고인을 향해 묵념을 하고 지인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에도 할머니는 손녀를 먼저 보낼 수 없다는 듯 운구차를 붙잡고 절규해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앞서 열린 발인예배에는 박양의 가족과 교사, 다른 학교 친구 등 60여명이 참석해 박양의 영면을 기원했다.
'떠나는 것은 슬픈 것이 아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등 이들이 흐느끼며 부르는 찬송가는 장례식장에 처연함을 더했다.
박양에 이어 최모군의 시신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갈 때 이곳은 또 한 번 눈물로 젖었다.
최군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교복을 입고 해맑게 웃는 최군의 영정을 터벅터벅 뒤따랐고 주변에선 울음과 탄식이 뒤섞여 터져나왔다.
이곳에서는 이후에도 김모 양과 장모 양, 백모 양, 한모 양의 발인식이 40여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안산장례식장(2명)과 군자장례식장(2명), 안양장례식장(1명), 세화병원(3명), 온누리병원(1명), 단원병원(3명), 한사랑병원(3명), 산재병원(2명), 한도병원(1명), 사랑의병원(1명) 등에서도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장례가 치러져 이날 하루에만 11곳에서 학생 25명의 발인식이 엄수된다.
지난 21일 구조대가 사고 당시 승객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층과 4층을 수색해 시신 23구를 수습한데다 일부 학생의 장례절차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사망자 시신은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42구가 안산시내 12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전날까지 23명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