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아내와 자식을 잃은 한 남자의 부성애에 발붙인 처절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우는 남자는 평생을 부정해 온 모성애를 깨닫게 된 한 킬러의 속죄적 액션을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8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이정범 감독은 "영화 우는 남자는 한 킬러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한국에 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그 킬러는 조직에서 내린 임무와 본인의 타겟을 보면서 느끼는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이야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 있는데, 장동건이 맡은 킬러 곤과 김민희가 연기한 모경이 그 면면이다.
장동건은 "곤은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고 미국에서 홀로 남겨져 냉혹한 킬러로 자란 인물인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치명적인 실수를 해 실의에 빠지게 되고 그 와중에 새로운 임무를 맡아 엄마의 나라인 한국에 오게 된다"며 "전에도 액션 영화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이번에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훈련된 액션이 요구됐기에 4, 5개월 동안 하루 4, 5시간씩 일주일에 4일을 훈련했다"고 했다.
김민희는 "모경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살다가 가족을 잃고 희망을 놓아 버린 인물로 슬픔과 절망에 허우적거리다가 진실을 알려 주겠다는 한 남자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지게 된다"며 "격한 감정을 자주 표현해야 했기에 그 감정을 만들어내고 영화를 찍는 내내 유지하기가 몹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킬러는 흔하고도 흔한 영화적 소재가 된지 오래다. 우는 남자의 킬러는 어떻게 다를까.
장동건은 "킬러하면 멋진 액션 카리스마를 떠올리기 쉽지만, 제게 가장 컸던 고민은 킬러 곤을 어떻게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만들어내느냐였다"며 "모성의 존재를 믿지 않던 곤은 자신이 믿던 세계가 전복됐을 때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을 액션으로 표현하려 애썼다"고 했다.
이정범 감독도 "우리 영화 속 킬러는 사람을 잘 해치지 못하는데 왜 그러한 회의와 갈등을 겪게 됐는지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액션 등이 멋지게 나오는 것보다는 왜 그러한 내면적 갈등을 겪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제가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지만 모성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은 없었고,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느껴 온 모성의 감정을 모경에게 대입하려 애썼다"며 "상실로 극대화된 모성의 감정을 갖고 모든 촬영을 소화해야 했기에 현장에서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즐거웠던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우는 남자의 비교 대상은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저씨가 개봉 당시 6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흥행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으리라.
장동건은 "개인적으로 영화 아저씨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우는 남자에 흐르는 정서가 아저씨와 비슷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주인공의 삶과 액션 콘셉트 자체가 무척 다르다"며 "한편으로는 굳이 아저씨와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농담 삼아 감독님께 아저씨와 우는 남자를 했으니 다음에는 '우는 아저씨'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가 부담을 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곤과 모경이 뿜어내는 감정과 액션에 몰입하다보니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졌다"며 "다음 영화는 아저씨와 우는 남자가 동시에 주는 부담을 느끼며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 우는 남자는 6월 중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