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11일 LG와 홈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호르헤 칸투(두산)에 4개 차 홈런 1위다. 시즌 초반 8경기 만에 첫 아치를 그리며 뒤늦게 뛰어든 홈런 레이스에서 어느새 독주하고 있다.
특히 5월 괴력을 뽐내고 있다. 이 달 들어 10경기에서 무려 8개 대포를 터뜨렸다. 4월 6개 홈런으로 LG 조쉬벨(8개)에 뒤졌지만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
올해 34경기에서 14홈런, 2.428경기당 1개 꼴이다. 3경기마다 1개 이상은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대 리그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일본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에 근소하게 페이스가 늦었다. 5일까지 28경기 10홈런(2.8경기당 1개)으로 아브레유(32경기 12홈런), 발렌틴(30경기 11개)가 조금 앞섰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뒤집었다. 아브레유는 39경기 13홈런, 3경기당 1개로 기세가 조금 꺾였다. 지난해 아시아 신기록인 60홈런을 때려낸 발렌틴은 36경기 13홈런으로 2.77경기당 1개다. 경기 수도 적은데 현재 최다 홈런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52홈런도 가능
물론 리그의 성격과 투수들의 수준, 일정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박병호의 페이스가 가파른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기세라면 52개까지도 가능하다. 50홈런은 지난 2003년 이승엽(삼성)의 역대 한 시즌 최다 56개가 마지막이었다. 최근 10년 동안은 40홈런도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롯데 시절 세운 44개가 유일했다.
다만 현 기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향후 투수들의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데다 현재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경쟁자들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박병호도 긴장한다"면서 "올해는 홈런을 노릴 만할 때는 작심하고 치더라"고 말했다. 반대로 외인 타자들의 추격이 뜸하다면 긴장감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호 등 후속 타자-목동 홈 구장 등 유리
여기에 넥센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박병호를 쉽게 거를 수도 없다. 뒤에 만만치 않은 타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LG전에서 강정호가 터뜨린 만루홈런은 4번 박병호가 볼넷을 골라낸 뒤 나왔다. 홈런 공동 3위(8개) 강정호는 타점 8위(26개)로 10위(25개) 박병호에 앞선다. 여기에 이성열(6홈런), 유한준(24타점), 김민성(18타점) 등도 박병호를 받친다.
여기에 목동을 홈으로 쓰는 점도 유리하다. 올해 박병호는 140m 장외포를 포함해 목동에서 18경기 8개 홈런을 날렸다. 원정 16경기에서는 6홈런이었다. 광주에서 2개, 마산과 대전, 잠실에서 1개씩을 터뜨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박병호는 분명히 최고의 타자"라면서도 "바람의 영향이 큰 목동이 홈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홈런왕 3연패는 이승엽과 1990년대 장종훈 한화 코치, 1980년대 이만수 SK 감독만이 이뤄냈다. 박병호가 역대 네 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