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KBS기자들 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나?"

"공영방송이 신뢰위기를 넘어서 돌 맞는 상황이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KBS 길환영 사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를 보도해온 지상파 방송가에서 젊은 기자들의 반성문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MBC에서도 반성문이 이어졌다. MBC 기자회 소속 취재기자 121명이 MBC 뉴스데스크의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데이어 MBC 노조도 이에 가세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BS기자들 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왜 KBS와 MBC기자들이 반성문을 쏟아내고 있는 거냐?

= KBS나 MBC의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공영방송의 위기를 피부로 절실히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KBS의 한 중견기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냥 있겠나?",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KBS 출신인 김용진(뉴스타파 대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기자가 아니다. 현 상황이 뭔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절박감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KBS와 MBC 기자들이 내놓은 반성문의 내용을 보면 왜 반성문을 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KBS 막내기수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반성문 중 일부인데 "요즘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레기 중 기레기'입니다. 얼마 전 한 후배가 세월호 관련해 시민 인터뷰를 시도하다 대여섯 명의 시민에게 "제대로 보도하세요. 왜 그따위로 방송해서 개병신(KBS) 소리를 들어요"라는 말을 들었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 "팽목항에선 KBS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 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해나갈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피해갈지 부터 고민하게 된다. 대체 우리는 무엇 입니까"라고 반성한다.

심지어 "'KBS를 어떻게 믿어요?' 안산에서 취재한 13일 동안 매일같이 들은 말입니다.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안산 동네 곳곳에서, 'KBS'라는 이유로 유가족과 시민들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질책을 넘어 크게 분노하기도 했습니다"라는 글도 있다.

그러면서 "취재를 하는 동안 'KBS'라는 얘기에 고개를 돌리고 손을 젓고 말문을 닫았던 유가족들은 먼저 타사에 나서서 제보를 하고, 떠난 아이의 사연을 얘기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왜 KBS가 아니라 다른 언론일까. 우리 보도가 유가족들이 '말하는 것'보다, 유가족들에게서 '듣고 싶은 것'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는 반성문까지 있다.

▶ MBC의 반성문은 어떤 내용이냐?

= MBC기자회 소속 121명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는 제목의 반성문을 냈다.

이 반성문에는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로 이어진다.

MBC 기자들은 이어서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라고 반성한다.

MBC 기자들은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힌다.

KBS나 MBC 기자들의 반성문을 보면 왜 이들이 반성문을 내지 않을 수 없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반성문이 너무 늦게 나온 것 아닌가?

= KBS나 MBC기자들도 "반성문이 늦은 건 맞다"라고 인정한다. 언론학자들도 "때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한다.

다만 지금 반성문들이 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 보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

KBS 조일수 기자회장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자들 스스로는 둔감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2012년 파업이후에도 기자협회나 노조에서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고, 매일매일 뉴스의 공정함을 찾으려고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노력의 강도나 정도의 문제 때문인지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폭발하게 됐고 기자들이 결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에서도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세 차례 민실위 보고서를 냈으며 꾸준히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노동조합 홈페이지 화면 캡처)
5월 8일자 MBC 민실위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MBC 뉴스는 시청자의 '니즈'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지상파 3사 중 유독, 정부 관련 보도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입니다. 논란과 의혹, 이슈를 여러 차례 외면하거나 비켜갔습니다. 시청자의 '니즈'를 외면하는 뉴스는, 시청자로부터 똑같이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 경쟁력과 매체 영향력의 저하로 연결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세월호 사망자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KBS 기자들이 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거냐?

= KBS 기자들이 처음부터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한 8일까지도 길환영 사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없었다.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9일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사죄합니다, 반성합니다, 바꾸겠습니다'는 내용으로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이지만 국가적 재난의 희생자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주고 아픔을 안겨드렸다. "특히 여러분들이 KBS를 찾으셨을 때조차 저희는 충분한 예우로서 맞이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9일 오후에 상황이 변했다.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고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던 김시곤 보도국장이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보도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힌 뒤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KBS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KBS 사장은 언론 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특히 JTBC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길환영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길환영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하면서 "길환영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폭탄발언이 알려지자 KBS 기자협회는 "이번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길환영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사퇴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길 사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며 압력의 정황을 밝히라고 촉구하게 된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그제 12일 KBS 기자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기자협회 비상총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는 결의를 하게 된 것이다.

KBS 기자협회의 비상총회를 주목해봐야 하는 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5시간 가까이 진지한 토론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현장취재기자는 취재기자대로 데스크는 데스크대로 그리고 보도본부장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지금 드러난 문제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조일수 기자회장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던 KBS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총체적인 문제점을 느끼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공감대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들어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데 투표참가자 193명중 찬성 182, 반대 10, 무효 1표로 94.3%가 찬성했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찬성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일 밤 서울 여의도 KBS앞에서 보도국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시곤 국장의 발언도 발언이지만 길환영 사장의 유족들에 대한 사과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 그렇다. KBS 기자들이 문제로 보는 건 세월호 유족들이 어버이날인 지난 8일 KBS를 항의방문 했을때 KBS는 길환영 사장이나 김시곤 국장이 유족들을 만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유족들을 맞이한 것은 경찰병력이었다.

KBS에서 항의를 하던 유족들은 9일 새벽 유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KBS의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구하겠다며 청와대로 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유족들이 청와대를 찾은 것이다.

물론 청와대도 곧바로 유족들은 만난 건 아니다. 유족들이 항의집회가 계속되자 박준우 정무수석이 유족들을 만나면서 사태가 급진되기 시작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임 기자회견을 했고 길환영 사장이 유족들을 찾아 공식 사과했다.

길환영 사장의 사과를 받은 유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로 돌아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도 문제였지만 세월호 유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했을 때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요구에 청와대 앞까지 찾아가서 유족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KBS 기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KBS 노조도 지난 11일 성명을 냈는데 "(길환영 사장이)청와대 정무수석 한마디에 청와대로 달려갔다"며 "KBS가 청와대 부속기관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밝힌 대로 "길환영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KBS 조일수 기자회장은 "공영방송 KBS 사장이 청와대 정무수석 한 마디에 청와대 앞까지 달려갔다는 모멸감과 자존심 추락이 내부적으로 엄청난 타격이었다"면서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KBS는 김시곤 후임 보도국장에 백운기 기자를 임명했는데 인사 발표 전 백운기 국장이 청와대를 찾아가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운기 국장의 행보는 차량운행 일지에서 드러나는데 KBS는 '청와대 면접'이 아니라 다른 관계자를 만났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MBC는 사장 퇴진요구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 MBC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계다.

MBC 기자 121명이 반성문을 발표한데 이어서 MBC 기자협회에서 12일과 13일 잇따라 성명을 냈는데 12일은 '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 장본인, 반성은커녕 망언 일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에 대해 "도대체 깊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의 절규까지 외면하고, 모욕하고 폄훼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이런 보도 행태가 보도국 수뇌부들도 합의하고 동의하고 공유한 보도 방침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에 대해 경영진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13일 성명에서는 '유족 깡패 막말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사측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하루 빨리 '유족 깡패' '유족 그X들' 막말 그리고, 유가족 폄훼 보도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KBS와 MBC 문제는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꼴이다. KBS는 길환영 사장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청와대의 부탁(?)에 보도국장을 교체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기 까지 했다.

MBC는 세월호 보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막말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런 상황의 차이는 MBC가 처한 현실이 KBS와 다르기 때문이다. KBS는 노조가 분리돼 있긴 하지만 기자협회가 공채기수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MBC는 파업이후 시용기자와 경력기자들이 주요 취채처를 맡고 있다고 한다. MBC의 한 기자는 "언론보도에서 중요한 청와대나 정당, 법조를 시용기자나 경력기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반성문을 발표한 121명의 기자회 소속 기자들 중 절반은 취재현장에 없는 지금의 보도와는 무관한 기자들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취재나 보도를 하지 않은 기자들이 반성문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MBC 노조에서(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에서 어제(13일) 발표한 성명 중 이런 내용이 있다. "해명과 사과는 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억압하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보도국 수뇌부는 기자회의 사과 성명에 누가 참여했는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비판적 의견 개진은 누가 작성한 것인지 가려낼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조만간 겨울바람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적극 참여든 단순 참여든 성명에 참여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전국부장의 협박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막말은 덮어둔 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찍어 누르려는 것이다"

MBC 내부의 분위기가 이렇다는 얘기다.

(자료사진)
▶ 이번 KBS와 MBC의 반성문이 2012년 공영방송 파업사태와 다른 것 같은데?

= 그렇다. 2012년 파업 당시에도 권력의 방송사 장악의도에 반발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당시는 현장기자들이 중심이 아니었다.

물론 KBS나 MBC가 당장 파업이나 제작거부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번 KBS나 MBC기자들의 반성문으로 시작된 사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공영방송의 존재에 대한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KBS나 MBC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긴 호흡으로 싸워나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KBS 기자협회 조일수 회장은 "그 전과는 다르다. 반짝하고 말 일이 아니다"라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갈 때까지 가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MBC 노조 이성주 본부장도 "지금은 MB정부 7년차로 2012년 파업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공중파 3사가 신뢰의 위기를 넘어서 돌 맞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한 명이 남을 때까지라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진 교수는 "언론이 사회적 경보시스템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방송사 사장하나 바뀐다고 180도 왔다 갔다 하는 언론사 내부도 문제이고, 시청자나 언론수용자들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견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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