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잊게 했던 '아시아의 영웅' 박지성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기억될 박지성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과거에도 새벽 잠을 설치며 해외축구를 보는 팬들은 많았다. 박지성(33)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기 시작하자 새벽을 반납한 축구 팬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4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4강 신화를 달성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 무대에 진출해 지난 시즌까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군림했다.

아마도 차범근과 더불어 유럽 무대에 한국 선수의 이름을 각인시킨 '레전드'로 기억될 것이다.

박지성의 유럽 무대 활약상은 화려했다. 에인트호번 유니픔을 입고 출전한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4강 2차전. 1차전에서 패한 에인트호벤에게는 반격의 계기가 필요했다. 박지성이 그 계기를 마련했다.

박지성은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넣어 에인트호번에 희망을 안겨줬다. 결국 결승행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엄청난 활동량과 지배력을 보여준 그 날 경기는 더 큰 무대로 이적하는 계기가 됐다.


박지성은 2005년 가을부터 7시즌동안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맨유에서 뛰었다. 구단 역사상 92번째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00경기 출전을 달성하며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통산 205경기에 나서 27골을 넣었다.

당시 맨유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스타'라고 호평했다. 박지성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네 차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경험했다.

박지성은 2012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퀸스파크레인저스로 이적했다. 방출이 아니었다. 맨유가 박지성의 뜻을 받아들인 것으로 배려였다. 박지성은 새 팀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드물게 주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도중 친정팀 PSV 에인트호번으로 임대 이적했다. 유럽 무대를 시작한 곳에서 끝을 맺었다. 팬들은 마지막 경기에서 오래 전 그들이 만들었던 응원가 '위숭빠레'를 부르며 아시아가 낳은 축구 영웅을 배웅했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장식한 이 모든 일들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벌어졌다. 다음 날 직장에서, 학교에서 새벽을 반납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아련한 추억이다. 잠을 설쳐가며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한 축구 팬들에게는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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