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밖에 밀려난 빈곤 복지법…맞춤형 개별급여 무산되나?

당장 법 통과돼도 10월 시행 빠듯한데 국회는 '한가'…공론화 시급

국회 본 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대표 복지 공약의 하나였던 '맞춤형 개별급여'가 국회의 방치와 여론의 무관심 속에 연내 시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최저생계비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빈곤층 혜택을 넓히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예산 확보 미흡 등 문제점이 많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상반기에 기초연금법 처리에 집중하면서 빈곤층을 위한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 논의는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지만 법 처리를 위한 논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방선거 직전 최대 현안이었던 기초연금에 여야가 집중됐던 탓에 맞춤형 개별급여에 대한 논의는 미뤄졌다"며 "사안이 꽤 복잡해 의원들이 스터디가 제대로 안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기초연금보다 전산시스템 등 준비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최저생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각각 따로 심사해야 한다.

때문에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올해 10월부터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전에 법이 개정돼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스템을 준비하는데 6~7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바로 법 통과가 이뤄진다고 해도 10월 지급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한이 촉박한데도 국회는 한가하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을 계기로 빈곤층 복지에 대한 관심이 한 때 뜨겁게 달아오르자 여야 의원들은 관련 법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정작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복지위 소속 모 보좌관은 "솔직히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아직까지 내용을 잘 숙지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이라는 큰 산을 넘겨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하반기 주요 정책인 맞춤형 개별급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최소한의 시스템 개편 작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미리 쓸 수 있도록 국회와 기획재정부 측에 요청을 해 놓은 상태이다.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발의한 '주거급여법 개정안'은 이미 통과돼 10월 시행만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복지부로서는 부담이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0월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주거급여법 개정안 시행도 전면 무효화된다.

이미 각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돼 현물급여 등 새 주거급여 지급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상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를 전면 취소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번 제도 개편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것도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최저생계비를 대체하는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을 개악(改惡)이라며 원천 무효화하라는 강경모드가 있는 반면 일부 학자와 단체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실무적, 이론적으로 혼선이 거듭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서둘러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리 확보된 예산이 깎이면서 빈곤층이 손해를 보게 된다.

복지부는 올해 예산에서 기초생활수급 명목으로 3조3천억원(의료급여 제외)을 확보했는데, 이 중 올 10월부터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더 잡아놓은 상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지난해 대비해 4분기에 추가로 2200~2300억원이 빈곤층에게 추가로 지급될 수 있는데 법 통과가 무산되면 이 예산은 공중으로 날아간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맞춤형 개별급여가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 밖에 있었던 만큼 정부가 추진하려는 제도 개편의 문제점과 보완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론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최저생계비 제도 폐지와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은 빈곤층 복지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큰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면밀히 검토가 이뤄지고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조속히 방향이 결정돼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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