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美 워싱턴 주부들 "엄마로서 슬픔과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정부 비판' 집회 확산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 모인 교민들.
"그곳에서 죽어간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딸을 둔 엄마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18일(현지시간) 오후 2시쯤 미국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 검은 옷차림을 한 150여명이 모여 들었다. 저마다 손에는 하얀 국화 한송이가 들려 있었고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특히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이날 워싱턴DC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뉴욕은 물론 애틀랜타와 캘리포니아 어바인 등에서 정부 비판 집회가 잇따랐다.

참석자들은 주최측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 뜻을 같이한 30~40대 주부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한결같이 엄마로서 아픔을 느끼고 있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두번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자유 발언 시간에 '15살 딸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간 아이들과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을 보면서 처음에 미안하고 슬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생명 보다 중시되는 세상에서 가만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딸이 오랫동안 준비한 콘서트에 가는 것 대신 이 자리에 나왔다"며 "조그만한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가족단위로 집회에 참석한 교민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엄마들 마음 다 알지 않느냐"면서 "무조건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쳐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남성 참가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수줍게 마이크를 쥔 한 참가자는 "나는 미시USA 회원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아빠"라면서 "하지만 마음은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적이라는 이 참가자는 "우리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자유가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면서 한국 언론 보도가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또 다른 남성 참가자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 때는 우리도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며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한 학생은 "참사 발생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면서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우리는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날 링컨 기념관을 찾은 수많은 외국인들은 검은 복장의 집회 참가자들에게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상당수 외국인들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에도 참가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는 한미자유연맹과 한미애국총련, 해병대전우회 등 소속 20여명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반대 집회를 가졌으나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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