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KBS…어디로 가나?

공정성 논란에 청와대 개입까지…길 사장, 19일 거취 관련 입장 표명 예정

여의도 KBS 본관. (자료사진)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 보도 개입과 청와대 압력 등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길환영 사장이 직접 입을 연다. 길환영 사장은 19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길환영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에는 최근 KBS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진화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개입과 관련한 잇따른 증언으로 KBS 보도는 내부에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고, 이로 인해 "길환영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면서 길 사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1~3년차 막내기자들의 반성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 7일 사내 전산망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0개의 글을 연달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세월호 현장에서 진실을 보도하지 못했던 자신들과 KBS 보도에 대한 자성이 담겨있다.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일 밤 서울 여의도 KBS앞에서 보도국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와 더불어 8일과 세월호 유족들이 교통사고 사망자와 세월호 희생자 비교 발언 논란을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항의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다. 이들은 공정성을 잃은 KBS 보도를 비판하며 보도국장과 길환영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고, 길환영 사장 역시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도 자진 퇴임하라"고 폭로한 것. 보도국장이 사장의 보도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후 김 전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면서 "권력은 KBS를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어 지난 16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라"며 KBS 보도국장과 보도국 간부들에게 여러 번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길환영 사장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뉴스9'을 통해 "(청와대 개입설은)김 전 국장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19일 오전 '사원과의 대화'를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세월호 사망자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반대로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KBS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거부할 경우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도 역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길환영 사장의 비자금 형성, 인사 청탁, 황제 출장 등 개인적인 비리를 폭로하며 길환영 사장을 공격하고 있다.

KBS노조와 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특히 보도본부의 경우 지난 16일 부장단 18명이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며 총사퇴한 만큼 혼란은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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