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준다고 후쿠시마 위험성 침묵하는 것은 "위선"

출판사 "만화 내용 수정 안했다"…항의문·찬반의견 실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낳은 위험성을 묘사했다가 일본 정부의 반발에 직면한 인기 만화 '맛의 달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는 메시지로 관련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은 19일 출시한 주간 만화잡지 '빅코믹스피리츠'에 맛의 달인 '후쿠시마의 진실' 편 최종회를 실었다.

이 만화는 앞선 호에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실었고 코피가 방사선 피폭 때문이라는 인근 마을 촌장의 대사를 넣어 후쿠시마현 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최종편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후쿠시마에 사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후쿠시마에) 사는 것의 위험성에 관해 발언을 삼가는 것이 양식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세태를 꼬집고 "그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의 부흥은 토지의 부흥이 아니라 인간의 부흥이라고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위험한 곳에서 달아날 수 있는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등장인물들은 '후쿠시마의 미래는 일본의 미래'라며 후쿠시마 사고 수습을 위해 국가가 온 힘을 다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도 입을 모은다.

이번 호에는 '후쿠시마의 진실' 편에 관한 항의문, 찬반 의견, 편집부 견해도 별도의 특집으로 게재됐다.

우선 후쿠시마 쪽에서 코피 등의 증상에 관한 우려가 전해지고 있고 그것이 방사선 때문인지 논의 중이나 사고 전의 코피에 관한 자료가 없어 단정하기 어렵다는 방사선 학자 의견이 담겼다.

또 사고 후 후쿠시마에서 건강 상담을 한 결과 '코피가 나는데 방사선의 영향 아니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는 의사의 글도 소개됐고 '치우침 없이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표현하라'는 후쿠시마현의 항의문도 실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7일 후쿠시마를 방문해 '근거 없는 풍문에 국가가 전력을 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맛의 달인을 비판했고 앞서 후쿠시마현 지사, 부흥상, 관방장관, 환경성 등이 나서 만화의 표현 방식을 문제 삼았다.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만화가 민감한 주제에 관해 과학적으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묘사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으나 후쿠시마 현 주민이 아닌 정부까지 나선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쇼가쿠칸은 '후쿠시마의 진실' 중간 편 발행에 앞서 환경성에 '피폭이 원인이 돼 코피가 나는 일이 있느냐'고 문의하며 인쇄 직전의 원고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환경성은 자신들이 원고를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며 원고를 검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쇼가쿠칸 측은 만화가 연재되는 도중에 생긴 논란이나 정부 측의 비판이 내용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이미 그려놓은 작품을 게재한 것이기 때문에 수정된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무라야마 히로시(村山廣) 빅코믹스피리츠 편집장은 만화가 안겨 준 불쾌감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비판을 수용해 표현 방식을 재검토하겠지만, 건강에 대한 불안감 등은 다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의견을 최신호에 실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