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눈물'…세월호 위기 넘을 수 있을까?

국민들 감성 적신 눈물...개혁 방향 들여다 보면 '글쎄...'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가 방송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하고 해경 해체 등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발표했다. 윤성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최종 책임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살짝 살짝 보인 경우는 있지만 눈물을 쏟는 대통령은 없었다. 더우기 많은 국민들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흘림으로써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눈물샘 자극한 대통령 담화…"보수층에 영향" vs "민심 되돌리기 어려워"

대통령의 눈물 가운데 국민들의 뇌리에 남을 눈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TV광고에서 보인 눈물로 당시 대선 승리의 한 요인이라는 평가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박 대통령의 눈물도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나와 야권에서는 긴장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하는 서울시내 한 구청장 후보는 "보수층의 지지가 높은 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였으니까 한번 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후보는 "세월호 침몰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한 일이 없지 않느냐"며 "한달간 누적된 불만이 박 대통령의 사과와 눈물,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해경해체.안행부 권한 축소 등은 국회 소관…1년전 교훈 잊었나?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보인 눈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조성된 위기를 돌파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박 대통령이 개혁안으로 밝힌 내용들을 뜯어보면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해경해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권한 대폭 축소, 국가안전처 신설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할 사안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 일방적인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이후 원안을 통과시키려다 정부 출법 자체가 늦어진 전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여야에 어떤 동의 절차나 의견 수렴도 없이 정부조직 개편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국회, 특히 야당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대처에서 실수와 실패를 거듭했다고는 하지만 불법조업 단속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해경은 하루 아침에 해체라는 날벼락을 맞게 돼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새정부 출범 1년 3개월 전에 추가됐던 안전 기능은 물론 기존에 있던 정부 조직.인사 기능을 총리실에 넘겨줘야 하는 안전행정부의 동요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처 안전관련 예산.인원 독점한 공룡조직화 가능성

반면 국가안전처는 아직 신설되지도 않음에도 박 대통령의 발표대로라면 육상과 해상의 재난컨트롤 타워일 뿐만 아니라 안전관련 예산 사전협의권과 재해예방에 관한 특별 교부세 배분 권한까지 갖게 된다.

하지만 위기 발생이나 재난 상황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현장에서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칫 국가안전처가 막강한 인원과 권한을 부여받아 제 몸 하나도 돌보지 못하는 '공룡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권한과 정보가 집중되는 청와대가 실질적인 재난컨트롤타워가 돼야 함에도 청와대의 역할이 빠진 점은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음에도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빠져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대응의 적절성 평가.반성은 빠져

공직사회 개혁과 관련해서도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제출한 ‘부정청탁금지법안’(김영란법)의 통과를 촉구했지만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는 형사처벌대상에서 제외해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뀔 지 여부다. 모든 문제를 박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새정부 들어 강화된 권위주의 통치, 공무원들의 눈치보기가 심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쌓인 적폐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정부들어 새롭게 나타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무사안일도 혁파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통치방식,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