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밀월 가속…409조원 가스계약 사실상 타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가 중국과의 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설타임스(FT) 인터넷판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이 4천억 달러(409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방문에 앞서 양국 실무진은 발빠르게 협상에 나섰다.

결국 가격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양국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계약 조인식이 치러질 수 있을 정도로 협상이 진척됐다는 설명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이날 블룸버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장기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러시아는 2018년부터 중국에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중국 소비량의 23%, 가스프롬 수출량의 16%에 달하는 수치다.

러시아는 또 700억 달러(71조5천억원)를 투자해 동부지역의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중국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게 된다.

러시아가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발벗고 나선 것은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 이후 서방과의 관계 악화 등 외교적 고립 현상에 대한 타개책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의 측근에 대해 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내리는 등 제재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에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비슷하거나 똑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현재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U와의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도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방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러시아와의 경제교류가 EU만큼 활발하지 않았던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량은 900억 달러(92조원)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EU의 교역량은 러시아 교역량의 5배, 중국과 미국의 교역량은 러시아 교역량의 3배였다. 교역을 증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도 러시아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고 있어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높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부터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러시아는 냉전시대였던 1972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섰던 사실을 배신으로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 상당수는 중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