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간판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21일로 예정된 녹화가 취소되면서 5주째 결방이 이어지고 있다. 음악프로그램인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역시 녹화 취소로 6주째 결방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KBS의 예능 프로그램 결방이 길어지고 있다. MBC와 SBS, 종합편성채널 및 여타 케이블채널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더욱이 KBS는 일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을 재개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해피투게더'와 '해피선데이-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풀하우스' 등은 정상적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결방'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KBS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해 받는 비난을 예능결방으로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KBS는 세월호 참사 현장을 직접 취재하던 막내 기수 기자들이 반성문을 발표할만큼 '보도공정성'문제에 휘말렸다. 성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직접 KBS를 방문해 항의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보도본부 본부장과 국장이 줄줄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의 보도개입을 폭로했다. 이에 KBS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KBS 예능국 관계자들은 장기 결방에 대해 "이제는 우리도 모르겠다"며 "그저 방송을 다시 시작하라는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무작정 결방하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KBS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개그콘서트와 음악방송을 보고 싶다", "보도도 제대로 못하고 예능도 안할거면 수신료는 왜 받나?"라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씨는 "결방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최근 불거진 KBS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도 든다"며 "공영방송이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현재 KBS를 보는 대중들의 분위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