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10시…청와대에서는?'

청와대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치욕적인 날로 또 한 번 기록될 수도 있는 2014년(갑오년) 4월 16일. 그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는 무슨 일이 었었던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에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 시간대의 궁금증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조금은 풀렸다.

정홍원 총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를 처음 인지한 것이 언제냐'는 질의에 대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4월) 16일 오전 10시 전후"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정확하게 보고 경로를 모르지만 사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다”며 “오전 10시 전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말대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처음으로 알게 된 시점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전후"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해경이 세월호 참사를 첫 접수한 시간이 4월 16일 오전 8시 58분이니까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1시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면 그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해경의 첫 구조작업에서부터 해경과 해군의 늑장 출동, 안행부 등의 우왕좌왕 등 세월호 참사 보고와 대응, 구조의 혼선과 혼란은 대통령 보고가 늦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몰랐으니 당연히 초동조치가 늦을 수밖에 없고, 안행부 등 재난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 총리도 21일 국회 답변에서 이러한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청와대 일을 제가 일일이 보고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대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사진=윤성호 기자)
그런데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를 작성해 배포한 시간이 4월 16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인지 시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본격적으로 대처한 시간은 10시쯤이라는 정 총리의 발언이 사실일 개연성은 크다.

이 상황보고 1보에는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 객실 엔진실 등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대통령 지시'가 명시돼 있다.

"인명피해가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10시에야 내려갔으니 구조의 황금시간을 다 놓쳐버린 뒤였다.

10시라면 세월호가 70도 이상 기울었으며 해경이 선내 진입을 해 유리창을 깨는 등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구조'에만 매달려 있는 시점이었다.

세월호는 10시 17분쯤 거의 뒤집혔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인지 시점과 첫 지침을 내린 시점은 세월호 참사 구조와 구난 과정에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특히 대통령이 해경청장과 안행부 장관, 전남도지사 등 정부부처의 고위 관계자에 긴급 전화로 언제, 어떻게 지시했는지도 대통령의 사고 인지 시점만큼이나 진상규명에 있어선 의미가 크다.

청와대가 세월호 국정조사의 조사 대상기관으로 국회에서 선정됐기 때문에 4월 16일 오전과 오후의 청와대 움직임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보이나 청와대가 낱낱이 공개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