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첫 강론집 "돈에 대한 갈망 버려라"

국내 번역출간…"남을 경쟁대상 아닌 형제로 바라보는 게 연대"

"돈에 대한 갈망을 버리고 능률중시 문화의 조류를 거스르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로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세상을 향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해 3월 즉위한 뒤 행한 미사강론을 묶은 첫 강론집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바오로딸 출판사)가 번역출간됐다.

강론을 10개 주제로 엮은 이 책은 교회가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나 환영받는 '아버지의 집'이 돼야 함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과 같은 맥락이지만 훨씬 더 현장감이 넘친다.

교황은 "야만적인 자본주의"와 "경제적 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폐기의 문화"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신학적 탁상공론에만 몰두하거나 출세주의에 빠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목자들을 질타한다.

교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과 단순하면서도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진 비전의 핵심은 자비의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다.

그는 "한 사회의 위대함은 가장 어려운 사람과 가진 것이라곤 가난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가장 고통받는 사람, 가장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거나 몰아내거나 변두리에 방치하는 사회는 화해를 위한 어떤 노력도 이어질 수 없다. 그런 사회는 스스로 빈곤해질 뿐이다"라고 말한다.

또 "세상 곳곳에서는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이 벌어진다. 누구도 이런 현실에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각자 능력과 책임에 따라 사회의 온갖 불의를 종식시키는 데 협력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연대는 다른 사람을 나와 무관하거나 경쟁하는 대상이 아니라 형제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추천사에서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 막고 내 안에, 교회 안에 들어앉아 있기보다는 다치고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세상으로 나아갈 때만이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교황의 초대"라며 "세상 어느 곳보다 세계화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 방향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344쪽. 1만2천원(반양장), 1만4천원(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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