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검찰·PK' 공화국…호남은 씨가 말랐다

靑+3부 요인 PK독식..건국 66년간 유례찾기 어려운 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정부들어 국가 권력의 핵심인 세 축,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움직이는 수장들이 특정 지역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역대 정권 이래 지역 편중 현상이 가장 심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법부의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고향은 부산, 김진태 검찰총장은 경남 사천, 입법부의 정의화 국회의장 내정자는 경남 창원(지역구는 부산), 행정부의 수장으로 지명된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경남 함안이어서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수뇌부가 모두 부산.경남(PK) 출신들로 채워졌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입법.사법.행정부까지 장악한 건 건국 6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승만 정권은 지역 차별이 별로 없는 정권이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지역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지역균형 인사라는 단어가 송두리째 사라진 것은 박근혜 정권이 최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한 다음 날 새누리당에서는 국회의장 후보로 정의화 의원을 선출했다.

새누리당은 23일 19대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 부산이 지역구인 정의화 의원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켰다.

엊그제까지 당 대표를 역임한 황우려 의원은 당 대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표를 얻는데 그쳤다.

경남 함안이 고향인 안 후보자 발탁으로 박 대통령의 ‘국민통합형’ 기대가 무너졌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국회의장과 여당 몫 부의장 후보(정갑윤 의원·울산)가 모두 PK 계보로 채워진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자. 자료사진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의장으로 선출되는 최종 절차를 남겨뒀으나 그동안의 국회의장 선출의 관례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평도 좋아 무난하게 국회의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 된다.

정의화 의장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명예 광주 시민상을 받는 등 영호남 교류를 위해 그 어떤 국회의원보다 노력한 의원으로 평가 받는다.

정 의장 후보자는 평소에도 지역차별과 지역감정 해소만이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는 소신을 피력하고 행동으로 옮기곤 해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지역의식이 옅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자의 그런 언행에는 미치지 못한다.

안 후보자를 아는 한 법조인은 “그는 경기중,경기고를 졸업해 부산.경남 지역 고교 출신들과는 좀 다르지만 그 역시도 경남 출신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기춘 실장. 자료사진
3부 요인에 이어 국가 권력의 또 다른 중추신경계를 틀어쥐고 있는 김기춘 실장은 지역감정 조장 인물로 낙인찍힌 사람이다.

거제가 고향으로 경남고(부산 소재)를 졸업한 그는 검사와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회의원이라는 고위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PK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별로 없다는 부정적 평이 많다.

검찰의 한 고위직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김기춘 실장은 여전히 PK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는 뼛속까지 경남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1992년 말 대선 당시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지역감정을 조장한 초원복국집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현재 공석중인 국정원장을 비롯한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비한 조각 수준의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그 어떤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도 임명되기 어렵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힘이 센 권력의 핵의 자리에 있다.

사실 박 대통령도 김 실장의 판단과 조언, 추천에 많이 의존한다고 들린다.

그가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임명된 고위직 인사들은 상당수가 PK 출신이거나 법조인들이다.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 실장의 마산중 후배), 홍경식 민정수석(마산-김 실장 마산중 후배), 김수민 국정원 2차장(부산), 안대희 총리 후보자(경남 함안) 등 권력의 핵심인 자리에는 예외 없이 PK 출신들이다.

5대 사정기관인 감사원 김영호 사무총장의 고향도 경남 진주다.

또한 박근혜 정권 들어 검사와 판사 출신들이 유난히 중용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미 법조인들이 장악했고,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 정부 주요 부처 곳곳에 법조인들이 포진해 있다.

대구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 들어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지금은 검사와 PK 전성시대”라고 말했다.

‘끼리끼리’의 적폐는 ‘관피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향 출신들끼리 모여 끌어주고 밀어주며 서로 뒤를 봐주는 데서 싹튼다.

권력기관끼리, 권력자들 간의 상호 견제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관피아도 아닌 동향 출신과 동문 출신들에 의한 ‘끼리끼리’ 풍토다.

이명박 정권도 마찬가지였지만 박근혜 정권에서도 권력의 핵심 자리를 차지한 호남 출신들을 찾아볼 수 조차 없다.

5대 권력기관장과 2인자인 차장 자리, 더 내려가 1급 핵심 자리에도 호남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들의 사정기관인 국세청은 더 심하다. 김덕중 청장만 충청도 일뿐 1급 4명이 모두 TK 출신들이다. 차기 국세청장은 이들 가운데서 나올 수 밖에 없게 판이 짜여 있다.

국정원과 경찰에서도 호남 출신은 아예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철저히 배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어디로 갔나?

대탕평과 대통합 선언의 실체는 무엇이었나?

정부 고위직에서 호남 내치기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정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능력 있는 호남 출신들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내가 장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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