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 盧 정권 당시 '박근혜 토크쇼' 불방 주도"

KBS노조 "길 사장, 출세 수단으로 방송 활용"

KBS 새노조 조합원 및 취재진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사내 방송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길 사장은 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에는 결코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황진환기자
KBS노동조합이 노무현 정권 당시 길환영 사장(당시 외주제작팀장)이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과 관련한 토크쇼를 불방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25일 "길환영 사장이 KBS 외주제작팀장(현 국장급)으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총괄하던 지난 2004년 10월 25일, KBS 2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을 담당하던 한 외주제작사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섭외해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며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과 특별한 가족사를 지녔다는 점 등 주로 박 대표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BS 외주제작팀이 한나라당에 공식 출연을 요청했고, 박 대표는 전여옥 당시 대변인의 보고를 받고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녹화가 끝난 뒤 외주제작사는 한나라당 대변인실에 '2주 정도 후에 방송될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이 녹화분은 끝내 방송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녹화 10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의 출연분이 전파를 타지 않게 되자 한나라당은 KBS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지만, 끝내 녹화 분은 묻혀버렸다. 마스터 테이프까지 완전 폐기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아울러 "길환영 팀장은 '당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4당대표 가족을 섭외해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당에서 섭외가 잘 되지 않아 방송시점을 놓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의도에 맞게 섭외되면 박근혜 대표 녹화분을 내보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길환영은 누가 정권을 잡든 철저하게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방송을 철저하게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조합은 지난 2004년 '박근혜 토크쇼' 불방사태가 길환영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윗선의 개입 때문이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확인되면 이를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하 KBS노동조합이 언론사에 배포한 입장 전문

길환영 사장이 KBS 외주제작팀장(현 국장급)으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총괄하던 지난 2004년 10월 25일, KBS 2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을 담당하던 한 외주제작사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이하 박 대표)를 섭외해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시청층이 주부인 아침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10%를 넘는 인기 방송이었다. 야당 대표의 삶을 다룬 토크쇼가 짧은 다큐멘터리와 함께 한 시간가량 방송될 계획이었다.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과 특별한 가족사를 지녔다는 점 등 주로 박 대표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KBS 외주제작팀이 한나라당에 공식 출연을 요청했고, 박 대표는 전여옥 당시 대변인의 보고를 받고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주제작사는 소속 PD와 작가가 한나라당 천막당사를 지키던 때부터 박 대표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에 대한 녹화 방송은 서울 남산의 한 웨딩홀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가수 김흥국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박 대표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의 끼를 발견했고, 개인기도 발군이라 놀랐다”고 녹화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 부모를 잃은 동생들에 대한 심정, 학창시절 생활 등을 MC들에게 털어놓았다. 박 대표가 서울 성심여고에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버스를 타고 등교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녹화가 끝난 뒤 외주제작사는 한나라당 대변인실에 “2주 정도 후에 방송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외주제작사는 완성본 편집까지 마치고 KBS의 방송 일자 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야당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이 녹화분은 끝내 방송되지 않았다.

다음해인 2005년 8월 녹화 10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의 출연분이 전파를 타지 않게 되자 한나라당은 KBS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제1 야당 당수인 박 대표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 반론권을 달라”고 KBS에 공식 요청까지 했지만, 끝내 녹화 분은 묻혀버렸다. 마스터 테이프까지 완전 폐기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이 비난에 나서자, 외주제작 책임자였던 길환영 팀장은 "당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4당대표 가족을 섭외해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당에서 섭외가 잘 되지 않아 방송시점을 놓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의도에 맞게 섭외되면 박근혜 대표 녹화분을 내보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제작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4당 대표를 모두 초청하는 토크쇼로 기획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박근혜 대표와 강금실 법무장관을 한데 묶어서 올해의 여성 등으로 기획 의도를 바꾸자고 하는 등 우왕좌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정당 관계자는 “당 대표를 포함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방송 출연을 못해서 안달인데 다른 당 대표들의 섭외가 안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경우 통보가 오면 어느 의원실이든 로또 당첨처럼 생각해 100% 출연한다”고 말했다.

담당 외주제작사는 KBS노동조합과의 통화에서 “10년 전 일이지만 녹화, 편집까지 마치고 방송을 못한 경우는 이례적이라 기억하고 있다”며 “외주제작팀으로부터 불방 통보를 받았고, 방송이 돼야 제작비를 100% 받을 수 있다는 계약 때문에 제작비도 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외주제작사 PD는 한나라당에 “방송국에서 편성을 잡아주지 않아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길환영은 이후 노무현 정권 때 편성기획팀장, 대전총국장 등으로 승승장구했고 MB정권 때는 본부장,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정권과 관계없이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누가 정권을 잡든 철저하게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방송을 철저하게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조합은 지난 2004년 ‘박근혜 토크쇼’ 불방사태가 길환영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윗선의 개입 때문이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확인되면 이를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2014. 5. 25.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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